Small Grey Outline Pointer

405

cm.BELIEF

10월의 반딧불이
문학선생님
자율 학습 시간에 딴짓하지 말고.
선생님 자리에서는 다 보여!
7교시 문학 시간은 자율 학습 시간입니다.
어느덧 일주일 뒤로 훌쩍 다 가온 2학기 시험을 대비해,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숙여 공부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죠.
그렇지 않은 (대체로 공부에 무관심한) 사람들은 쪽지를 돌리거나,
제출하지 않은 전자 기기를 만지작거리거나,
들키지 않게 귓속말을 주고받습니다.
교탁 앞에 앉아 계신 문학 선생님은 눈매가 사납고 목청이 시원한 분 입니다.
엄포를 놓으신 지 3분 만에 꾸벅꾸벅 졸고 계시지만요.
꺼내둔 교과서는 수업이 없으니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밋밋한 교복 소매 끄트머리에 달린 단추가 흰 형광등 빛을 반사합니다.
그 안에 비치는 납작하고 둥근 풍경,
[ ! ]
이곳이 바로 당신이 사는 세상입니다.
여기는 지구, 평범한 인계(⼈界),
당신은 시일 고등학교 3학년 2반 학생입니다.
이 교실에는 차분하게 머리카락을 넘기며 수학 문제집을 풀어내는 반장도,
엎드려서 부족한 잠을 충전하는 옆자리 친구도 있지만,
[ ! ]
갑작스럽게 팔천구백 개의 다리를 가진 뱀이 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인어, 좀비, 식인 괴물, 외계인 역시 당신의 눈앞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식의 선 안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됩니다.
이곳은 아름답고,
평화롭고,
무료한 세계입니다.
[ ! ]
문득, 교과서 사이에 끼워둔 학습지 한 장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미나토 슌
(떨어진 학습지 주워 듭니다.)
당신이 학습지를 줍기 위해 몸을 숙이자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동급생들의 다리, 책상다리, 바닥을 뒹구는 학습지,
의자 다리, 뒤편의 사물함, 그리고
빛……
빛?
깜빡, 깜빡.
그것은 정교하게 찍어낸 풍경 속에서 오로지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청록색 빛입니다.
미나토 슌
(... 뭐지 저게?)
(핸드폰 후레쉬? ... 는 역시 아니겠지.)
아무래도 지금 후레쉬로 장난치긴 어렵겠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
대여섯 개의 푸르스름한 빛들이 간간이 점멸하며
닫힌 당신의 사물함 틈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빛이 아니라 이건……
★ 교육 판정
미나토, ≪교육≫ 판정
[ 미나토 슌 ]
cc<=55 교육/지식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4 > 94 > 실패
음... 반짝이는 벌레입니다.
반짝반짝!
해괴하게 생겼네요.
지금은 10월이죠.
도심 한복판, 그것도 학교 사물함 안에서 대체 무엇이 나오고 있는 걸까요?
당신이 시선을 집중하고 있으면,
사물함이 저절로 열립니다.
교과서, 체육복, 실습 준비물…
당신이 무엇을 넣어뒀는지 기억나나요?
미나토 슌
(내 사물함에는... 안 쓰는 교과서나 책들... 하여튼 잡동사니들이 가득할텐데...)
분명히 나뒹구는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 ! ]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새카만 구멍만이 사물함 안에 존재합니다.
블랙홀처럼 회오리치는 그것은 차츰차츰 주변을 검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빛이 깜빡이고 있습니다.
★ 이성 판정
미나토, ≪이성≫ 판정
[ 미나토 슌 ]
cc<=75 이성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0 > 20 > 어려운 성공
문학선생님
거기 미나토! 소지품 떨어졌으면 얼른 줍고 얌전히 자습해라!
미나토 슌
(이런!) 네, 넵! (후다닥 자세 똑바로)
분명 놀라운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제외한 주변 그 누구도 이 상황을 눈 치채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나토 슌
(... 저게 아무도 안 보이는 거야?)
미나토 슌
(옆자리 친구 톡톡.) 야, 저 뒤에 보여?
옆자리 친구
(슥 돌아보고) 어떤 거?
미나토 슌
저기! 사물함에 막 빛나는 거 있잖아? (속닥속닥)
옆자리 친구
엥? (해괴한 표정. 헛것 봤냐는 표정. 얘 왜이러지 표정.)
너도 휴대폰 제출 안한 거야?
미나토 슌
(윽...) 됐어... 내가 꿈이라도 꿨나 보다.
문학선생님
그래. 꿈이라고 했냐?
어느새 두사람의 뒤에 문학선생님이 서있습니다.
문학선생님
자습하라니까 어딜 소근거리고 있어!
미나토 슌
아, 선생님 그런 게 아니라...!
제가 공부하던 부분 중에 모르는 게 있어서 잠시 질문을... (하하핫)
내용에 꿈이 있어서 오해하신 것 같아요 (하하하)
문학선생님
(절레절레...)
그리고 뒤에 열려있는 사물함은 네 거냐?
(책자로 슥 사물함을 가리킵니다.)
미나토 슌
사물함이요?
문학선생님
그래. 뭘 그렇게 많이 넣어놨길래 저절로 열린 거야?
가서 닫고 와라.
미나토 슌
에이~ 제가 사물함에 뭐 얼마나 넣는다고. 사물함 문이 고장난 거 아닐까요?
미나토 슌
(선생님께 너스레를 떨며 사물함 문 닫으러 갑니다.)
자율 학습 시간, 갑작스레 생긴 소란에 반 전체의 이목이 당신에게 집중됩니다.
당신은 물론 소란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사물함의 문을 닫고, 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풍경 일부가 되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요.
사물함 내부의 구멍에서는 고요한 바람이 먼지부터 집어삼키며,
제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직 당신을 위해서만 준비된 초대장처럼요.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3 > 43 > 보통 성공
그러고보면 이 사물함은 부서진 사물함 대신 새로 교체된 것입니다.
그 시기가 뒷산의 신목을 베어낸 시기와 기묘하게 일치하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당신은 사물함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 ! ]
세찬 바람이 구멍 안에서부터 휘몰아칩니다.
비명과 함께 누군가가 당신의 이름을 외칩니다.
순식간에 사위가 어두워지고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됩니다.
볼펜의 끝으로 바닥을 긁어내리는 소리나,
종이가 팔랑거리는 소리까지도.
지금 이 순간부터 벌어지는 일은 온전히 미나토, 혼자만의 것입니다.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잡아당기는 감각이 들이닥치고,
딸랑, 딸랑…
어디서 울리는 것인지 모를 방울 소리만이 메아리칩니다.
"이, 일어나아, 이런 곳에서 자면 곤란해."
어둠 속에서 사흘간 아무것도 마시지 못한 것처럼 걸걸한 음성이 들립니다.
그 외에도 북소리, 웃음소리, 피리 소리,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목소리가 머나먼 곳에서 희미하게 울려 퍼집니다.
잠깐, 나 꽃다운 나이에 죽어버린 건가...
죽었다면 이 고약한 냄새의 출처는 어디인가요?
설마 여기는 지옥?
그리고 당신은 왜 눈을 떴음에도 아무것도 볼 수 없죠?
미나토 슌
으, 아, 아무것도 안 보여...
나... 사물함 문을 닫다가 죽는 인생... 이었던 건가...
미나토 슌
말도... 안 돼...
정신 차리세요! 아직 죽기엔 일러요...!
미나토 슌
...? 누구세요?
모르는 척합니다. 나레이션이니까요.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미나토 슌
(이제 환청도 들리기 시작하는 건가... 아아...)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9 > 59 > 실패
음... 당신은 머리를 더듬어봅니다...
내 머리가 이렇게 딱딱하고 네모 모양이던가.
미나토 슌
음... 음... (머리 만지작)
(마X크래프트인가 여긴)
당신의 얼굴은 네모난... 긴 쓰레기통입니다.
냄새나니까 벗죠.
미나토 슌
쓰레기통으로 환생이라고?!
아, 벗을 수 있네. (쓰레기통 벗습니다.)
쓰레기통을 걷어낸 당신은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저녁 무렵이며,
당신이 누워있던 곳은 보기 드물 정도로 거대한 나무 아래입니다.
금색 새끼줄이 이리저리 드리운 게, 신성해 보이네요.
몸 상태를 점검해보니,
쓰레기통을 뒤집어쓰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당신의 주변에는 교실에 있던 물건들이 떨어져 있습니다.
교과서나 필통이 든 가방, 사물함에 있던 소지품, 빗자루와 대걸레…
그리고 당신은 두 발로 선 붉은 여우와 마주칩니다.
미호
엥? 이거 머리가 분리되는데?
붉은 등을 든 여우는 옷을 입고 있으며, 마치 사람처럼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습니다.
미나토 슌
... 여우다. 말도 하고... 두 발로 서있는...
헉.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한 미나토,
★ 이성 판정
미나토, ≪이성≫ 판정
[ 미나토 슌 ]
cc<=75 이성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보통 성공
와~ 신기하다~
그런 당신을 관찰하던 여우는 대뜸 길고 높게 비명을 지릅니다.
미호
야, 야야!! 아니잖아!!! 이거 인간이잖아!!!!!!!!!
미나토 슌
으아아악?! (덩달아 놀람)
아하! 당신을 깨운 목소리의 주인은 이 여우였습니다.
여우의 소리에 반응한 무언가가 재빠르게 하나둘씩 나무 주위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세찬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착지하는 것들은 정체 모를 벌레, 도깨비불, 목이 비틀린 남자, 뿔이 달린 여자,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두 발로 걷는 쥐….
하나같이 전부 인간이 아닐뿐더러 무시무시한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귀여운 축에 속하는 여우가 털을 빳빳하게 세우고 제자리에서 길길이 날뜁니다.
미호
이거 어떡할 거야!?
★ 관찰 판정
미나토, ≪관찰≫ 판정
[ 미나토 슌 ]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6 > 66 > 보통 성공
공포 영화 속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생명체들―굳이 정의하자면 요 괴들―은 전부 비슷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문득 당신은 자신의 옷을 내려다봅니다.
요괴들이 입은 옷이 약간은…
교복을 떠올리게 합니다.
미나토 슌
(요괴 학교...?)
요괴들은 마치, 길을 잃고 집안에 들어온 야생 동물을 보는 듯한 눈으로 당신을 살펴봅니다.
미나토 슌
(주변에 떨어져 있던 빗자루 조심스레 손에 쥡니다. ...혹시 모를 안전 수단...)
(말... 이 통하려나?) 저기... 여긴 어딘가요?
목이 비틀린 남자
잠깐, 인간이 말하잖아. 좀 들어봐.
뿔이 달린 여자
진짜 인간이라고?
여러 동물이 조합된 고양이
미호, 왜 발견하자마자 바로 말하지 않았어?
미호
쓰, 쓰레기통 도깨비인 줄 알았지!
요괴들은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건가 싶더니 지들 말만합니다.
뿔이 달린 여자
이상한 옷을 입고 있네. 문을 열고 온 건가?
목이 비틀린 남자
규칙을 지켜. 요괴 5대 철칙을 잊은 거 아니지?
미나토 슌
(요괴 5대 철칙?)
당신, 그러니까 ‘인간’에게 우호적으로 대하는 요괴도 있는 것 같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흐름은 차츰차츰 악의적으로 변합니다.
두 발로 걷는 쥐
하지만, 우리끼리고 아무도 모를 거야.
목이 비틀린 남자
안 돼! 선생님께 이른다!!
미나토 슌
(대체 날 앞에 두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뿔이 달린 여자
그럼 넌 빠져. 저 옷은 내가 가질 테니까.
나머지는 너희들이 먹던가.
두 발로 걷는 쥐
좋아! 누가 어느 부위를 먹을래?
미나토 슌
(먹... 먹는다고?!)
눈 깜짝할 사이에 뷔페 거리가 되어버린 상황이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원이 꽤 많은데 빗자루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미나토 슌
(무의식적으로 빗자루 쥔 손에 힘 꽈악...)
몇 분 후, 토의가 끝났는지 이빨이 유독 많은 늑대 요괴 하나가 유감스러운 표정으로 당신을 향해 돌아섭니다.
[ ! ]
털이 복슬복슬한 발끝에 삐져나온 발톱이 날카롭습니다.
차츰차츰 어두워지는 저녁 하늘,
컴컴한 배경을 등지고 당신을 바라보는 노란 눈은 분명, 인간의 것이 아닙니다.
커다란 늑대 요괴
간만에 인간이라 반가웠지만, 미안하게 됐어.
감사히 먹도록 하겠다.
미나토 슌
자, 잠깐 잠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제가 뭘 했다고...!
보통 치킨도 무슨 짓을 해서 먹히는 건 아닐테죠.
미나토 슌
먹어도 그렇게 맛있지 않을 텐데...
앞도 뒤도 요괴로 둘러싸여 도망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아아, 이렇게 끝인 걸까요…
사물함 문을 닫으러 가지만 않았어도…!
어쩐지 안타까운 독백이 들리는 것 같던 그때,
바닥으로 나뭇잎이 몇 장 떨어집니다.
경쾌하게 울리는 방울 소리와 함께요.
얇은 꽃잎이 추락하듯, '어떤 것'이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앉습니다.
일순 당신을 둘러싼 세계의 시간이 느리게 흐릅니다.
머리카락이나 옷 깃이 무척이나 느리게 흔들려서,
마치 억지로 녹화된 테이프를 잡아늘인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당신은 하늘에서 무엇이 떨어졌는지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인간과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요괴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지만,
기묘하게도 당신에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존재.
그것은 요괴와 당신 사이를 가로막고 요괴들에게 시선을 던집니다.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산들바람이 붑니다.
방금, 방울 소리가 울렸던가요?
유즈루
다들 철칙을 잊은 건가?
유즈루
문을 넘어온 손님은 건드리지 않기로 선생님과 약속했던걸.
미나토 슌
(또 새로운 요괴의 등장이다...)
유즈루
어디까지 하나 보고 있었는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
나무 위에서 내려온 요괴는 말합니다.
그러자 다른 요괴들은 다소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더니…
뿔이 달린 여자
그래, 뭐... 유즈루 네 마음대로 해.
두 발로 선 쥐
쳇, 인간이 별미래서 기대했는데…
라고 말하며, 처음 등장했던 것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미호라고 불린 붉은 여우 역시 벌벌 떨면서 다른 요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납니다.
당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상황이 순식간에, 어쩌면 허무하게 정리되었습니다.
미나토 슌
(... 저 사람, 아니. 요괴가... 대장 같은 건가?)
주변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유즈루라고 불린 요괴가 당신을 향해 돌아봅니다.
인간과 닮아있음에도 뒤로 늘어진 흰 비늘 덮힌 꼬리와, 몸 곳곳에 있는 비늘들이 인간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그것은 당신을 관찰하듯 빤히 바라봅니다.
유즈루
... ... ...
(옷깃을 잡아 얼굴이 눈앞으로 오도록 확 끌어당긴다.)
너, 뭐야?
미나토 슌
(우왓,) 저는... 미나토 슌인데요...
아까까지 얘기를 들어보면 그, 인간... 이라는 거 같고요?
유즈루
...슌?
어떻게 여기에 왔지?
미나토 슌
(머리에 양손 검지 가져다 대고...) 그러니까...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사물함에 무슨 빛이 생겨서...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정신 차리니 여기에...
그러다가 요괴들한테 꼼짝없이 먹힐 뻔했는데 덕분에 살았어요.
유즈루
(빤히 바라보다가) 이곳은 인간이 있을 곳이 아니야.
문이 열리는 대로 빨리 돌아가.
미나토 슌
그렇게 말해도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저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구요...
문은 어디에 열리는 건데요? 그보다 여기는 뭐하는 곳이죠?
유즈루
여기는 요계야. 인간들은 곧잘 이계라고 부르곤 하지.
대개 문이 열리는 곳은 지금 네 뒤에 있는 신목이다.
미나토 슌
요계... 이계... 무슨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네. (중얼)
문은 언제 열리나요?
유즈루
그건...
...축제가 끝나는 날이야.
그 축제는 내일부터니 기다려야겠어.
미나토 슌
축제?
유즈루
그래, 이곳에는 때가 오면 열리는 축제가 있거든.
그보다 이제 옷 좀 정돈하는 게 어때?
더러운데.
미나토 슌
아... 이런. (옷 탁탁 털어냅니다.)
유즈루는 친절하네요. 아까 요괴들은 말도 안 통해서 얼마나 골치 아팠는지...
아, 유즈루 맞죠? 아까 그렇게 불렸던 것 같아서.
유즈루
흥, 규칙을 지키지 않는 녀석들이 이상한 거야.
뭐, 그래... 그 와중에 잘도 들었네.
미나토 슌
생명의 은인 이름을 흘려들을 리가 없죠!
미나토 슌
그럼... 그 축제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건데...
축제는 얼마나 진행하나요?
유즈루
보통은 3일 정도야.
네게는 별로 좋지 않은 소식이네.
미나토 슌
3일 정도면 뭐...
저는 일주일도 생각하고 있었다구요?
3일이면 나쁘지 않은 기간이네요~
유즈루
...?
특이하네.
이때까지 내가 봤던 인간들은 집에 가고 싶다고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그냥 대책이 없는 건가? (중얼)
미나토 슌
좋게 생각하면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잖아요?
시험이니 공부니 하는 것도 조금 질려가는 타임이었고... 기분 전환이라고 받아들이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요. (으쓱)
그래서, 축제는 어디서 하나요?
유즈루
장터 쪽이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늦었으니까 가기 어려울걸.
게다가 숲은 해가 일찍 지니까.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자 조금 시야가 넓어집니다.
탁 트인 주변은 완전한 숲속이 아닌, 어떤 건물 앞입니다.
미나토 슌
여기에 건물... 이 있었구나.
유즈루
방금은 정신이 없었으니까.
여기 있으면 또 애들이 몰려올지도 몰라.
지금 시간에도 남아있는 녀석들이 있으니까.
미나토 슌
여기는 뭔데요? 요괴들이 사는 곳인가요?
유즈루
이곳은 영월호야. 인계의 기준으로 생각하면 학교려나.
방금 네가 봤던 애들도 전부 이곳을 다니고 있어.
미나토 슌
와, 요괴들도 학교를 다니는구나~
요괴들은 보통 뭘 배워요?
유즈루
역사나 산수, 문학이랑 체술 같은 거지.
인계도 비슷하지 않나?
미나토 슌
체술은... 뭐, 체육이랑 비슷한 느낌이려나?
요괴라고 인간이랑 크게 다를 건 없네요.
유즈루
네가 말한 체술이 가장 다를 거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은 이런 거 못하잖아? (꼬리로 당신의 발목을 감는다.)
미나토 슌
인간은 이런 꼬리가 없으니까...
유즈루
약하지. 육체도 무르고. 나무에서 떨어졌다간 뼈가 부러져.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미나토 슌
약할수록 몸을 지키는 쪽으로 진화하니까요?
튼튼한 요괴들은 모를 수도 있겠네요. 아니, 요괴들은 그렇게 튼튼한 종 밖에 없나요?
요괴 중에서도 인간처럼 약한 몸을 가진 것들도 있을 법하지 않나.
유즈루
있기야 하지.
하지만 보통 어릴 때 가장 먼저 배우는 게 요력으로 몸을 보호하는 법이야.
유즈루
너 같이 키만 큰 것들은 노려지기 쉽지...
미나토 슌
인간도 마찬가지인 거죠! 몸을 보호하는 법을 배우고, 금방 죽지 않도록 자신을 지키고.
인간들 사이에서는 딱히 노려질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전 문제 없죠.
요괴들도 살기 힘들겠네요.
유즈루
마찬가지로 질 나쁜 건 일부 뿐이니까. 전쟁 같은 것도 다 옛일이야.
그래서? 인계에선 괜찮았다고 해도 지금은 어떡할 건데?
곧 해가 질 거야. 어디 갈 곳이라도 있어?
미나토 슌
음~ 없죠... 전 이계가 처음이고...
숙박 시설 같은 게 있다면...
... 돈이 없네요.
유즈루
그럴 줄 알았어.
마땅히 생각나는 곳이 없다면 당분간 우리 집에서 머물러도 좋아.
미나토 슌
정말요?
역시 유즈루는 친절하네요.
유즈루
어쩔 수 없으니까.
대신 길이 좀 험할텐데 괜찮겠어?
미나토 슌
몸 하나는 튼튼하니까 괜찮아요!
라고 말해도, 요괴 입장에서는 아니겠지만요?
유즈루
자신 있다면 상관없어.
가자.
그 말을 끝으로 유즈루는 걸음을 옮깁니다.
집으로 가자고 했지만,
유즈루가 향하는 곳은 민가가 아닌 으슥하고 외진 뒷산입니다.
벌레나 올빼미가 우는 소리만 음산하게 울려 퍼집니다.
영월호의 뒷산은 잡풀이나 나무가 무성해, 걷기 무척 힘듭니다.
유즈루는 개의치 않고 그곳을 가로질러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어느덧 해는 완전히 지고, 종종 날아오르는 반딧불이 빛만이 앞길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이마저도 제법 어두워 올라가기 쉽지 않지만,
저 요괴한테는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 민첩 판정
미나토, ≪민첩≫ 판정
[ 미나토 슌 ]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7 > 87 > 실패
못 따라갈 정도의 빠르기는 아닐…
[ ! ]
쿠당탕! 그대로 미끄러져 넘어집니다.
미나토 슌
으악!
미나토, HP 1 감소.
[ system ]
[ 미나토 슌 ] HP : 13 → 12
유즈루
?
다쳤어?
미나토 슌
살짝 미끄러졌어요. 어두워서 발밑이 잘 안 보이네요.
그래도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주먹 쥐어보임)
유즈루
칠칠맞지 못하긴...
자, 잡아. (훌쩍 내려와 손을 내민다.)
꼬맹이한테 초등학생 정도의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듭니다.
미나토 슌
하핫, 정말 그 정도는 아닌데. (멋쩍게 웃으며 손 맞잡습니다.)
유즈루
안 그래도 까만색인데 굴러떨어지기라도 했다간 못찾을 것 같아서.
퉁명스러운 소리와 함께 산길을 오릅니다.
어투는 딱딱하지만 유즈루가 당신을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생면부지의 남을,
그것도 인간을 도와준다는 게 다른 요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독특한 일이라는 건 짐작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유즈루는 어째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유즈루를 따라 올라갑니다.
가파른 산지가 밟기 좋을 정도로 평평해질 무렵,
유즈루는 멈춰 섭니다.
머뭇거리던 유즈루는 당신을 향해 돌아봅니다.
유즈루
혹시, 여길 알고 있어?
.
.
유즈루는 그렇게 말하며,
당신이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켜줍니다.
교실 안에서 본 반딧불이를 기억하고 있나요?
단지 몇 마리에 불과했지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신의 앞에는 그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백,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호수를 둘러싼 풀과 나무들은 바람에 산들산들 몸을 흔들고,
새까만 도화지 위에 한방울씩 떨어진 물감 방울처럼 반딧불이 빛은 번져나갑니다.
어두운 밤하늘, 별처럼 푸른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습니다.
모든 것들이 조화롭고,
넋이 나갈 정도로 환상적인 풍경입니다.
그 배경을 등지고, 유즈루는 무언가 기대하는 것처럼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즈루는 분명 여기를 알고 있냐고 했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책에서도 본 적 없습니다.
미나토 슌
... 와, 엄청 예쁘네요.
이런 풍경은 처음 봐요. 인계에서는 이런 거 찾아다녀도 못 볼 거예요.
유즈루
그런가, 흔치 않기는 하지.
유즈루는 알겠다는 듯 얕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 심리학 판정
미나토, ≪심리학≫ 판정
[ 미나토 슌 ]
cc<=10 심리학 (1D100<=1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2 > 62 > 실패
유즈루는 기분이 급격히 가라앉은 것 같습니다.
당신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요?
미나토 슌
괜찮아요?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보이는데.
피곤한 거예요?
유즈루
아니, 그냥...
됐어. 여길 건너가야 하니까 넋을 뺄 시간은 없지.
그 말을 끝으로 호수 앞에 있는 조각배로 척척 내려갑니다.
이 앞에는 길이 없으니, 아마 호수를 건너야 도착할 수 있는 거겠죠.
유즈루
뭐해? 안타고.
미나토 슌
금방 가요!
(기분탓이었나. 생각하며 조각배에 올라탑니다.)
유즈루는 조각배의 끝에 앉아 노를 잡습니다.
당신이 올라타자, 호수의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두 사람을 태운 조각배는 앞을 나아갑니다.
일그러졌다 수복하기를 반복하는 수면 위로 조각배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반딧불이는 주변을 배회하며 조각배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줍니다.
유즈루
...인계에는 반딧불이 많이 없나?
미나토 슌
음~ 도심에서 찾기는 힘들죠.
이런 숲 속으로 와야 볼 수 있을텐데... 보통 숲은 잘 안 가니까 볼 일은 많이 없어요.
유즈루
그런가, 요계와는 많이 다르네.
(한 손으로 반딧불을 끌어오며) 이곳에서 반딧불이는 운명과 길조의 상징이기도 해.
춘하추동을 가라지 않고, 인연이 맺어지는 곳에는 반딧불이가 함께한다는 전설이 있지.
반딧불이는 어두운 밤 길잡이가 되어 여행객들이 길을 잃지 않게 해주고,
망자가 다른 길로 새지 않도록 하고, 연인들은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속에서 부부의 연을 맺곤 해.
그리고... 그때 함께한 반딧불이가 잃어버린 인연을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고 믿지.
인계에서는 반딧불이를 보기 힘들 줄이야...
미나토 슌
멋지네요. 낭만적이고... (반딧불이를 바라보며)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오기 전에 반딧불이를 본 적 있어요.
어쩌면 그 반딧불이들이 이곳에서의 인연을 위해 절 찾아온 걸지도 모르겠네요.
유즈루와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준 거라던가?
유즈루
... ...
... ... ...그런가.
전설에 따르면, 그런 걸지도 모르지.
(잠깐 얼굴을 쓸어내리다가 화제를 바꾼다.) 역시 넌 좀 특이한 인간이야.
일단... 그래, 지금처럼 계속 존댓말을 쓴다는 점이.
미나토 슌
엑, 그 부분?
처음부터 존댓말을 쓰고 있었고... 사실 나이가 엄청 많은 요괴일지도 모르잖아요.
보이는 건 중학생 정도로밖에 안 보이긴 하지만... (중얼)
유즈루
애초에 이곳에 있는 하급생들도 한번에 알아채지 못하는 걸.
그리고 인간은 특히, 뱀이라면 말야.
백사라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이더라고.
미나토 슌
그래요? 그 개성... 있게 생긴 (징그러운) 요괴들에 비하면 유즈루는 훨씬 나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저 같은 사람도 있는 법이죠.
나쁘진 않잖아요?
유즈루
뭐... 나쁘다고는 안 했어.
넌 딱 어디서 잡아먹히기 좋은 상이네...
미나토 슌
좋은 말 해줬더니!
유즈루
나름 좋은 말이었거든?
바보같이 순진하다고.
미나토 슌
바보 같다는 말은 빼고.
유즈루
바보 같다.
미나토 슌
빼라고 했지, 그것만 남기라고 한 적은 없거든요?
유즈루
내 맘이야. (유치하다.)
미나토 슌
하는 짓만 보면 어린애가 따로 없네요.
유즈루
나보다 몇세기는 덜 살았을 녀석한테 듣고 싶지는 않네.
유즈루
인간은 보통 두자릿수도 못채우잖아?
미나토 슌
그렇긴 하지만, 나이 많다고 다는 아니죠.
유즈루는 절레절레 고개를 젓습니다.
유치한 대화가 끝날 무렵, 조각배는 호수의 끝에 도달합니다.
지면 한가득 활짝 핀 달맞이꽃이 시선을 끕니다.
새하얗게, 혹은 노랗게 핀 꽃밭은 간간이 바람에 일렁입니다.
유즈루는 익숙하게 꽃을 피해 밭 너머의 오두막집으로 향합니다.
유즈루
어서 오기나 해.
유즈루는 당신이 있는 쪽으로 돌아봅니다.
불어오는 바람에 유즈루의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하늘거리고,
낯익은 방울 소리가 들려옵니다.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8 > 88 > 실패
음! 정말 아름다운 꽃밭이네요.
찜찜한 구석이 있지만요.
유즈루
꽃을 처음 보기라도 해?
미나토 슌
꽃이 처음인 건 아니지만, 이런 가득한 꽃밭은 예쁘잖아요.
이계는 멋진 곳들이 정말 많다고 생각하니까 뭔가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좀 들어서~
(웃으며 발걸음 옮깁니다.)
유즈루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인계가 궁금해지네.
그 도심이라는 곳 말야.
꽃밭도 없고 반딧불이도 없으면, 도대체 뭐가 있는 거지?
미나토 슌
큰 건물들이랑, 콘크리트 도로랑... 자동차들?
이런 풍경 속에서 살다가 인계로 온다면 제가 이러는 게 이해될 걸요.
유즈루
(눈만 깜빡...) 나도 네 말이 이해가 안되는 걸보면 그럴지도.
그 콘크리트라던가 자동차말야.
미나토 슌
으음... 말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도.
어쨌든, 도심엔 이런 색채 넘치는 공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지금이라도 잔뜩 봐둬야죠.
유즈루
그렇게 말하면 꼭 칙칙한 곳으로 들리네.
어쨌든 적당히 구경하고 올라오기나 해. 밤은 추워서 싫거든.
미나토 슌
네네~
안 그래도 이제 가려고 했어요.
당신이 뒤따르는 것을 확인한 뒤에 유즈루는 마저 걸음을 옮깁니다.
달맞이 꽃밭 위에 있는 오두막은, 꼭 동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오두막의 내부는 조촐합니다.
나무로 지어진 집은 아주 오래된 전통 가옥 같기도 합니다.
내부에는 침실로 쓰이는 작은 방 하나와 숙식 해결이 가능한 주방 겸 거실이 전부입니다.
거실 벽면은 책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으며,
침실에는 두툼한 비단 이불과 베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유즈루
음... 일단 배부터 채워야겠지.
잠깐 기다리고 있어. 심심하면 책 읽고 있어도 괜찮으니까.
미나토 슌
네~
(방 이리저리 살펴봄...)
작은 집이지만 나름 아기자기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작은 동물 모형이라던가, 분재들이 집주인의 성격을 보여줍니다.
미나토 슌
(솔직히 숲 속 어디에 나뭇잎으로 텐트 정도만 쳐 놓고 사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집이었잖아~)
(책장에서 아무거나 빼서 읽어봅니다.)
★ 자료조사 판정
미나토, ≪자료조사≫ 판정
[ 미나토 슌 ]
cc<=70 자료조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4 > 64 > 보통 성공
대부분 당신이 읽을 수 있는 문자들입니다.
교과서나 소설, 철학서나 역 사서들이 대부분이며,
소설 중에는 당신이 익히 아는 책도 있습니다.
개중에서 <이계 탐험록>이라는 책을 빼어 읽어봅니다.
이계 탐험록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계탐험록
<요괴 5 철칙>
<영월호의 간단한 역사>
<신목의 규칙>
<어떤 기록>
미나토 슌
(아, 아까 들었던 말이다. 요괴 5 철칙...)
(해당 페이지 펼쳐봅니다.)
[ 요괴 5 철칙 ]
-옳은 요괴가 되기 위한 수칙 5가지-

1. 자신을 소중히 여기되 남을 인정하여라. 다름은 죄가 되지 않는다.

2. 싸움과 전쟁은 양측을 갉아먹을 뿐이다. 평화를 지키며 양보를 소양으로 삼아라. 폭력은 수단이 될 수 없다.

3. 배움을 소홀히 하지 말아라. 지식이야말로 가장 날카로운 창과 방패가되므로. 한 번 배웠다면 되새김을 멈추지 말아라.

4.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 이는 반드시 되돌아오게 된다. 이웃 된 자로서 책임을 다하여라.

5. 신목을 수호하라. 정해진 때가 되면, 신목을 넘어 인간 손님이 찾아온다.
당신은 문득 당신을 먹으려 한 요괴들을 생각해냅니다.
철칙치곤 너무 쉽게 무시하려 했는데 말이지요…
미나토 슌
(힘이 있으면 교육도 그다지 소용 없다는 건가...)
인간계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긴 합니다.
미나토 슌
(암울한 현실이군.)
(그나저나 인간 손님이라는 게 나였던 거겠지. 어쩌다가 내가 불려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페이지로 넘겨봅니다.)
[ 영월호의 역사 ]
영월호(映月湖)는 무영국(無影國) 국경 부근에 존재하는 고등 교육 기관이었다. 500살~ 800살 사이의 요괴들을 가르치는 곳으로, 학년 구분이 없으며 100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졸업할 수 있다.

영월호의 뜰에는 신목(神木)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나무가 있다. 시험이 끝나면 요괴들은 신목을 둘러싸고 춤을 추며 기나긴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요괴들 사이에서 있었던 거대한 전쟁으로 수많은 요괴가 이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고, 이계는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가엾지 않은가? 마땅히 배워야 할 시기의 아이들이 전쟁터를 나뒹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차마 발을 뗄 수가 없다.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보다 어린 요괴들의 웃는 낯이 더 눈에 밟힌다.

나는 무너진 영월호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그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졸업 시험이 끝나면 마을을 빌려 즐거운 축제를 열겠다.
미나토 슌
(우와... 최소 500살부터 시작인 거냐.)
처음부터 말을 놓지 않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네요.
이 책을 쓴 저자가 한 번 쓰러졌던 영월호를 재건하고, 가르침에 힘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나토 슌
(미래를 위한 일은 좋은 거지. 끄덕이며 다음 페이지로 넘깁니다.)
[ 신목의 규칙 ]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로, 100년에 딱 두 번 문을 연다.
영월호의 축제가 시작될 때와 끝날 때.

그러나 내가 넘어왔을 때는 전쟁이 끝날 무렵으로, 축제는 없었다. 이에 나는 한 가지 가설을 세웠다.

'신목은 요괴들의 요력을 먹고 문을 여는 것이 아닌가?‘

많은 요괴가 근처에 모였을 때 한 번, 이들이 일제히 사라질 때 한 번.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뒤에 문이 열린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이 근방은 수많은 요괴가 목숨을 잃은 곳이므로.......
미나토 슌
(요괴의 요력이 문을 여는 힘...)
(넘어왔다는 말이 적혀있는 거 보면 이 저자는 인간인 건가?)
책을 읽고 있으면 온갖 추측들이 생각납니다.
★ 관찰력 판정
미나토, ≪관찰력≫ 판정
[ 미나토 슌 ]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5 > 65 > 보통 성공
문장에 신경을 쓰며 내용을 훑자,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로, 100년에 딱 두 번 문을 연다>라는 문장에 수정된 흔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저자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으로 바뀐 것 같군요.
미나토 슌
(어라... 수정된 흔적 손으로 문질문질...)
당신은 열심히 문장을 문질러본 사람이 됩니다.
문질문질...
미나토 슌
(수정을 잘 해놨군...)
뭔가 벗겨지거나 할 것 같진 않네요.
미나토 슌
(일단 다음 페이지나 보자.)
★ 모국어 판정
미나토, ≪모국어≫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언어(모국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8 > 98 > 실패
혹시 일본어가 기억 안나나요?
이게 다 문학선생님 수업을 안들어서...
미나토 슌
(윽... 분명 너무 많은 글을 읽은 탓일 거야.)
가물가물한가봅니다.
그래도 당신의 언어잖아요...?
다시 한 번 판정합니다.
미나토 슌
(눈가 꾹꾹)
[ 미나토 슌 ]
cc<=55 언어(모국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2 > 32 > 보통 성공
[ 어떤 기록 ]
이 부분은 나의 모국어로 적어둔다. 읽을 수 있다면 당신 역시 인계에서 이계로 온 인간이겠지. 어느덧 내가 이곳에 온 지 10년이 흘렀다. 요괴들은 생김새보다 사악하지 않고, 오히려 인간과 아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요괴들에겐 보살핌이 필요하다.

나는 이들이 사랑스럽다. 이계를 재건하는 데 한평생을 바치고 싶다. 그러나 내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아, 그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짧다는 게 한탄스럽다. 이곳에 온 당신 역시 그들을 사랑해주길 바란다.

믿을만한 요괴에게 이 책을 맡기며,
X월 X일. ■■■ ■■■
어라, 그러고 보니 앞선 글은 당신의 모국어가 아님에도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글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미나토 슌
(... 사실 나 언어 천재?)
마지막에는 저자의 서명이 적혀 있습니다만,
책이 너무 오래되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 관찰력 판정
미나토, ≪관찰력≫ 어려운 판정
[ 미나토 슌 ]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보통 성공
흠. 눈이 뻑뻑하네...
책을 덮고 나자, 내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낍니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당신이 알고 있는 듯한 내용이니까요.
단순히, 이런 소재의 만화책을 종종 봤기 때문일까요?
미나토 슌
(신기한 일이네...)
(혹시 데자뷔?)
데자뷰~ 느껴본 적 있어?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유즈루
재밌나보네.
.
책을 덮자 유즈루가 쟁반을 당신 앞에 내려놓습니다.
새하얀 사기그릇 위에는 잘 구워진 절지동물이 예쁘게 담겨 있습니다.
다른 그릇 역시 풍뎅이, 개구리, 잠자리 등의, 먹기엔 조금 생소한 생물로 가득합니다.
미나토 슌
어쩌면 음식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확실히 이건 요괴라는 느낌이네요.
유즈루
... ...선생님은 이게 제일 먹을만하다고 하셨는데.
미나토 슌
(먹을 수 있을까~... 하며 하나 집어 들어서 봄... 계속 봄...)
유즈루
싫어? (목 뒤 만지작...)
못 먹겠으면 일부러 안 먹어도돼.
미나토 슌
하나만 먹어볼까요? 혹시 모르게 입에 맞을 수도 있는 거고.
(제일...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게...)
미나토 슌
(가장 작아 보이는 거 하나 입에 넣어 봅니다...)
당신은 다리가 하나 둘... 아니다 안 세는게 더 빠를 것 같네요.
아무튼 그걸 씹어봅니다.
맛을 서술할 수가 없습니다.
음...
★ 이성 판정
미나토, ≪이성≫ 판정
[ 미나토 슌 ]
cc<=75 이성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3 > 93 > 실패
유즈루
... ... ...
★ 건강 판정
미나토, ≪건강≫ 판정
[ 미나토 슌 ]
cc<=70 건강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5 > 55 > 보통 성공
미나토 슌
(......으... 으엑...)
유즈루
그... 뱉어도 되니까.
무리하지 말고 뱉어 그냥.
미나토 슌
괜찮아요... 이미 삼켰어요...
미나토 슌
... 이게 주식인 건가요?
유즈루
보통은...
그래도 먹을만 하다고 들었던 걸 골라온 건데.
(꼼지락...) 저기, 그럼 미나토 넌 좋아하는 게 뭐야?
미나토 슌
좋아하는 거?
유즈루
먹을 수 있는 거라거나...?
미나토 슌
좋아하는 거... 랄까... 평소에 먹는 건 보통 덮밥이나 우동... 주먹밥 같은 걸까요.
이런 음식들도 이계에 있나요?
유즈루
음... 밥은 주식이 아니긴 하지만, 아마 있을 거야.
지금은 장이 닫아서 당장 다녀오긴 무리겠지만...
음...
혹시 생선은 먹을 수 있어?
미나토 슌
생선 좋아하죠!
미나토 슌
생선 가시나, 머리... 지느러미. 이런 것만 아니면 먹을 수 있어요.
유즈루
알겠어, 그정도면...
유즈루
이시간엔 별로 내키진 않지만... (목 문질)
금방 다녀올 테니까 기다려.
미나토 슌
어, 네? 지금 잡아오게요?
유즈루
? 당연하지.
끼니는 거르면 안돼.
미나토 슌
그치만 시간이 늦었는데...
유즈루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별 수 없잖아?
호수는 이 앞이니까 괜찮아.
아, 이 근처에는 다른 요괴가 거의 오지 않으니까 그런 걱정이라면 안해도 돼.
미나토 슌
으음~... 그럼 같이 가는 건 어때요?
주변을 더 둘러보고 싶기도 하고... 저 때문에 고생하는 건데 혼자 집에 앉아있는 것도 좀 그렇고.
요괴도 거의 안 온다면서요?
유즈루
엇, 어... 음... 그건 그렇긴 한데...
너 뱀은 안 무서워 해?
미나토 슌
무서워했으면 애초에 유즈루를 안 따라오지 않았을까요?
파충류에 그렇게 거부감이 심한 편도 아니라서요. 대체로 잘 봐요.
유즈루
지금은 거의 인간 모습이니까...
소, 솔직히 말하자면 네 앞에서 뱀으로 변하는 거 부끄럽거든?
미나토 슌
엣, 어째서?!
유즈루
원래 본체는 부모님처럼 아주 가까운 사람한테만 보여주는 거야.
특히 나처럼 둔갑하는 계열은.
미나토 슌
그런 거구나... 음... 그럼... 사냥할 동안엔 멀리 가 있을까요?
유즈루
어... 음... 모르겠으니까 따라오려면 알아서 해...!
도망가듯이 미닫이 문을 열고 호수 쪽으로 총총 내려갑니다.
미나토 슌
가버렸네...
미나토 슌
(느긋하게 뒤따라 나갑니다.)
당신은 달맞이꽃밭을 가로질러 걸어갑니다.
앞에서는 유즈루가 사부작사부작거리는 것이 보입니다.
음... 하늘이나 볼까...
★ 관찰력 판정
미나토, ≪관찰력≫ 판정
[ 미나토 슌 ]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9 > 29 > 어려운 성공
그러고보니 깜깜한 밤인데도 달이 보이지 않습니다.
오로지 새까맣기만 할 뿐인 하늘을 보자 아득하게 밀려오는 영문 모를 공포심이 당신의 마음을 파고듭니다.
★ 이성 판정
미나토, ≪이성≫ 판정
[ 미나토 슌 ]
cc<=75 이성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3 > 33 > 어려운 성공
오소소... 소름이 돋습니다.
숲속이라 그런지 쌀쌀하네요.
미나토 슌
(와이셔츠 팔 내리기...)
교복 자켓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유즈루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이 듭니다.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 > 6 > 대단한 성공
그러고보니 뱀은 변온동물이었던가?
날이 꽤 쌀쌀한데 물에 들어가는 게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첨벙이는 소리와 함께 유즈루가 척척 걸어나옵니다.
유즈루
두 마리면 괜찮겠지? (킁...)
미나토 슌
안 추워요?
날이 많이 춥던데.
유즈루
...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자. 너 때문에 옷도 다 젖었어.
기어코 그냥 들어갔다 나온 모양입니다.
미나토 슌
(ㅋㅋ) 네, 빨리 돌아가요.
쫄딱 젖은 유즈루와 함께 집으로 들어옵니다.
역시 훈기가 가득한 집이 좋네요...
유즈루
옷 갈아입고 올 테니까 그거... 음... 요리할 수 있어?
안쪽에 불은 있는데.
미나토 슌
옷 갈아입고 물기도 말리고 오세요.
유즈루
이상한 거 건드리지 말고 무슨 일 있음 불러.
미나토 슌
네, 네~
그리고 유즈루는 방안으로 들어갑니다.
주방으로 가보면 당부한 것치곤 평범한 모습입니다.
꼬챙이에 생선을 꿰어 열심히 돌려봅니다.
맛있겠다.
미나토 슌
(맛있겠다.)
어느 정도 익은 것 같으니 가져가도 괜찮겠습니다.
미나토 슌
뱀도 생선을 먹던가?
잘 모르겠습니다.
미나토 슌
음~ 뭐, 맛있게 먹어주면 좋을텐데.
당신이 거실로 가면 유즈루가 탁자를 펴놨습니다.
옷은 갈아입었지만 헤어 드라이기 같은 편리한 물건은 없는지 물기를 닦는 중이네요.
미나토 슌
생선 먹어본 적 있어요?
유즈루
응? 음... 별로 찾아 먹어 본 적은 없어.
미끌미끌해서.
미나토 슌
두 마리 잡아왔길래 당연히 같이 먹으려는 건 줄 알았는데.
생으로 먹는 거랑 구워 먹는 건 또 느낌이 다르다구요?
유즈루
그치만 번거롭지 않아?
인간들은 구워먹는 걸 좋아하더라.
(그래서 나름 방금 전 벌레도 구웠다.)
미나토 슌
그런가? 손질할 필요 없는 곤충을 먹는 입장에서는 번거롭다고 느낄 수도 있긴 하겠네요.
미나토 슌
그래도 인간이 먹는 음식들은 보통 익히지 않으면 탈나기 쉬우니까요...
생선은 예외로 그냥 먹기도 하지만.
미나토 슌
한 번 먹어볼래요? (생선 살 발라서 들어 보입니다.)
유즈루
그래. 그렇게 말한다면.
(통째로 먹는 게 아니라 이렇게 잘게잘게 먹는 건가?)
(역시 인간이란... 약하군... 같은 생각이나 한다.)
미나토 슌
(건네줌... 반응 기대...)
유즈루
(그래도 주는 대로 받아먹는다. 우물우물.)
뭔가 씹는 느낌이 안나네. 입에서 다 부서져서.
미나토 슌
식감을 중시하는 건가요...
다음엔 회로 먹어보는 것도 좋겠어요.
이건 그래도 씹는 맛이 있을 걸요?
유즈루
우리집 식객이라도 될 기세네...
이미 그렇긴 한데.
미나토 슌
(하하)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건 좋은 거잖아요.
유즈루
알았어. 알았으니까 이제 너도 좀 먹어.
계속 그거 해체하고만 있잖아.
네가 먹이주는 어미새인줄 알아?
미나토 슌
아, 전 원래 귀찮은 작업부터 다 끝내고 한 번에 먹는 게 좋아서.
가시를 다 발라내면 그 뒤에는 먹기만 하면 되잖아요?
아니면 혹시 다 유즈루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유즈루
(뜨끔)
아니 네가 자꾸...
... ...밥이나 먹어. (고개 돌린다.)
미나토 슌
(키득키득) 더 먹고 싶으면 말해요. 양 많으니까.
유즈루
애초에 너 먹으라고 잡아온 거거든.
미나토 슌
원래 나눠 먹는 음식이 배로 맛있는 거래요~
평소에 혼자 먹는 거랑, 지금 저랑 먹는 거랑 확실히 다르잖아요. 그쵸?
유즈루
덕분에 일이 좀 늘어나긴 했지. (머리카락을 탈탈 털면서)
그리고 처음 봤을 때부터 궁금했던 건데, 너 코에 붙인 게 뭐야?
비늘은 아닌 것 같은데.
미나토 슌
코에? (코 만지작) 아, 이거요?
이건 반창고라는 건데... 상처가 있는 부위에 붙이는 거예요.
미나토 슌
전 워낙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니까 작은 생채기 같은 게 꽤 있어서...
유즈루
다쳤어?
그러고보니 방금 전에도 넘어지더라.
미나토 슌
하하, 그렇게 엄청난 상처는 아니고.
그냥 긁힌 정도예요. 지금쯤이면 다 자국도 없을 걸요?
이른바... 멋이라는 것도 있는 거죠. (으쓱)
유즈루
엄청 어린애 같은 발상이네...
넘어졌을 때, 손 까졌었지? 보여줘 봐.
미나토 슌
엇, 네에... (손 내밀어 보입니다.)
완전 잊고 있었는데.
유즈루
인간은 상처에서 엄청 잘 덧나던데?
뭐라고 하셨더라... 면... 면역력 부족?
(말을 이으며 한쪽에서 소독제와 약을 가져온다.)
미나토 슌
뭔가 요술로 고쳐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외로 그냥 치료네요.
유즈루
음... 그런 거 해줬으면 해?
미나토 슌
할 수 있어요?
유즈루
뭐, 안될 건 없지.
미나토 슌
와, 궁금한데. 보여주세요!
유즈루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손을 붙잡고 엄지로 상처부위를 쓸어내린다.)
살짝 따뜻한 느낌이 들더니 곧 상처에서 새살이 돋습니다.
그리고 말끔히 없었던 것처럼 상처가 사라집니다.
유즈루
자.
미나토 슌
우와!
이런 게 진짜 될 줄이야.
유즈루
보통은 약을 써서 치료하는 쪽이 흔해.
이런 술식은 사용하는데 술자의 생명력을 쓰니까.
미나토 슌
음~ 그렇구나. 요괴들은 상처도 다 이런 식으로 치료하고 다닐 줄 알았어요...
네?
유즈루
응?
미나토 슌
생명력이요?
유즈루
응.
미나토 슌
와.......... 그럼 별로 안 쓰는 게 좋았던 거 아닌가요...
유즈루
고작 이만한 걸 치료하는데 많이 쓰지도 않으니까 괜찮아.
보고 싶었잖아? 마술 같은 거.
미나토 슌
그건 그렇지만~...
생명력이라고 하니 좀 찝찝한 거죠. 괜히 저 때문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 하고.
요괴의 생명이 얼마나 긴지는 모르겠지만, 명줄이 길지 않은 인간인 입장으로서는 보통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고요.
유즈루
(머쓱...) 인간을 치료해본 적이 많이 없어서.
미나토 슌
아아... 뭐라 하는 건 아니예요. 그냥 걱정 되니까 그런 거죠. (뒷목 문질)
유즈루
나름 인간을 치료하려고 배운 거야. 이런 방법도. (꼼지락...)
미나토 슌
그래도 덕분에 빨리 치료 됐으니까 고마워요.
역시 유즈루는 친절하네요~ (웃으며 머리 톡톡)
(쓰다듬는 건 안 될 것 같고 이 정도는 괜찮으려나? 싶은 터치)
유즈루
(슬 위를 바라보다가 그냥 둔다.)
머리 만지는 거 참 좋아하더라.
너 말고도 음... 신기한가?
미나토 슌
신기해서라기보단... 음... 그거죠. 칭찬의 의미?
기특해서도 있고. 귀여워서? 아니면 장하다는 의미도 있고.
미나토 슌
그나저나 얘기하면서 느낀 건데 인간을 많이 만나보셨나봐요?
유즈루
그렇게까지는? 널 제외하면 세네명쯤 되려나.
미나토 슌
신목은 100년에 두 번씩 문을 연다던데... 세네명 쯤이면 적어도 400살 이상은 되겠구나.
뭐, 그 학교라는 곳에 다니는 시점에서 이미 500살 이상은 확정이겠지만요.
유즈루
추리하는 거야?
미나토 슌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
유즈루
몇살 정도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미나토 슌
음~ 한 600살에서 800살 사이?
제 입으로 뱉었는데 뭔가 되게 실감 안 나는 숫자들이네요.
유즈루
범위가 너무 넓네.
뭐... 그렇게 의미 있는 숫자는 아니니까. (알려줄 생각없다.)
미나토 슌
200년 정도면 짧다고 느낄 줄 알았는데.
유즈루
? 다른 녀석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평범하게 길어.
숫자만큼 긴 시간이지.
미나토 슌
그렇구나... 이런 부분에서는 또 평범하네요...
유즈루
아무튼, 이제 어린애는 잘 시간이야.
키는... 음... (더 안 커도 될 것 같은데?)
늦었으니까 자야 해. (말 바꾼다.)
미나토 슌
네, 네~ 알겠어요. (말 바꾸는 게 웃기다...)
유즈루
이불이랑 베개는 하나 뿐이니까 네가 안방에서 자.
미나토 슌
그럼 유즈루는요?
유즈루
? 거실에서 자려고.
미나토 슌
그래도 제가 손님인데 거실에서 자는 게 낫지 않나 싶어서.
유즈루
그쪽 문화가 어떤진 모르겠는데 우린 손님을 좋은 곳에서 재워.
미나토 슌
그렇게 말하면 저희 문화가 손님을 찬밥 대접하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저희도 평범하게 손님은 좋은 곳에서 재워요.
유즈루
그럼 더 말할 거 없는 거 아냐? (고개 기울인다...)
미나토 슌
이건 배려라는 마음이죠.
유즈루
그래 나도 배려.
미나토 슌
집주인을 더 배려해주고 싶은...
유즈루
손님을 배려하고 싶은.
미나토 슌
네... 그래요. 안방으로 가면 되는 거죠.
미나토 슌
그럼 적어도 이불은 가져가세요. 뱀은 온도에 약한 거 아니예요?
유즈루
그럼 넌 뭘 덮어?
이불 없이 자면 감기 걸려.
미나토 슌
유즈루의 마음? (^^)
저를 생각해주는 따뜻한 마음이면 아무것도 없어도 충분하죠.
유즈루
... ... ... ...그거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미나토 슌
네, 진심인데요?
유즈루
아까 손 말고 머리 부딪혔어?
미나토 슌
섭섭하게 왜 그런 소리를······
장난이에요. 그래도 없어도 되니까 이불은 유즈루 가져가요.
유즈루
네가 안 덮고 자면 나도 안 덮을 거야.
(땡깡고집부린다.)
미나토 슌
아니, 그런 게 어딨어요...
이럴 거면 그냥 같이 덮던가요.
그럼 둘 다 따뜻하고.
미나토 슌
유즈루도 거실에서 안 자도 되니까 좋은 거 아닌가요?
미나토 슌
(생각해보니까 진짜 좋은 거 같음)
유즈루
내가 들어가면 차가울 텐데?
미나토 슌
따뜻하면 체온도 올라가잖아요?
전기장판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데.
미나토 슌
전기장판도 원래 처음 막 켰을 땐 차갑거든요.
아··· 전기장판이 뭔지 모르려나.
유즈루
그런 도구가 있는 건 알겠어.
유즈루
근데 장판은 깔고 자는 거 아닌가...
어린애 취향?
미나토 슌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예요...
됐어요. 싫으면 말고요.
유즈루
농담이야.
둘다 고집부리다가 해 뜰 것 같으니까.
춥다고 이불 뺏지나 마.
미나토 슌
유즈루야말로. 절대 안 뺏길 거니까요.
두 사람은 나름의 합의 끝에 각자 자리를 잡습니다.
잠에 들기 위해 눈을 감을 때쯤 뒤에서 작게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유즈루
내일 일어나면 같이 축제에 가자.
아마... 네가 좋아할 거야.
좋은 꿈 꿔. 미나토.
제법 쌀쌀한 가을바람이 작은 오두막 안에 감돌고,
당신이 이계에서 보내는 첫날 밤은 깊어져 갑니다.
.....
...
.
그리고 당신은 어떤 꿈을 꿉니다.
자상하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꿈입니다.
반딧불이가 가득한 곳에서 당신은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거닐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입니다.
그는 당신의 목에 방울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며 이렇게 말합니다.
"인연을 소중히 하렴, 슌."
"만일 네가 낯선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무조건 반딧불이 빛을 따라가라."
"그 빛을 따라가면 말이지…"

딸랑,
딸랑…….
.....
...
.
방울 소리와 함께 당신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유즈루는 좁은 오두막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관찰력 판정
미나토, ≪관찰력≫ 판정
미나토 슌
 
[ 미나토 슌 ]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 > 9 > 대단한 성공
9개 정도일까요?
어제는 정신없어서 눈치채지 못했는데,
유즈루의 오른쪽 발목에는 방울이 잔뜩 달린 발찌가 있습니다.
유즈루
뭘 그렇게 멍하게 있어?
이제 이불 걷을 거니까 일어나.
미나토 슌
유즈루 발목에 그건 뭐예요?
미나토 슌
그... 방울?
유즈루
응?
아... 이건 내 요력이 담긴 거야.
요력을 사용하는데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매개체...라고 해둘까.
미나토 슌
흐음~... 마법사가 쓰는 지팡이 같은 느낌인 건가.
어디서 방울 소리가 계속 들린다 했더니, 그거였나보네요.
근데 그렇게 소리 나는 물건이면 평소에 안 불편해요? 신경 쓰인다거나.
유즈루
딱히? 항상 하고 있는 거니까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어.
그보다 어느 정도 궁금증이 풀렸으면 어서 일어나.
(이불 홱 빼서 패대기 친다.)
미나토 슌
(우당탕~)
유즈루
곧 축제가 시작될 테니까 가야지.
그리고 이거 받아. (작은 병 하나 던져준다.)
미나토 슌
(병 받음) 이게 뭐예요?
유즈루
흉터를 없애는 약.
아마 이쪽 사람들이 인계보다는 더 잘 만들거야. 그런 약.
미나토 슌
엇... 고마워요. 근데 갑자기 왜?
어제 치료해주셨으니까 이제 그렇다 할 흉터도 없을 텐데?
유즈루
(자신의 코를 톡톡 두드리며 눈짓하다가) 그거말고도 평소에 더 다칠 것 같아서.
미나토 슌
... 아~ 아하핫! 걱정 안 해주셔도 된다니까.
고마워요. 신경 써주셔서.
유즈루
알았으면 됐어.
축제에 가면 요괴들 틈에 섞여야할 테니 조치를 취하는게 좋을 건데...
너, 좋아하는 동물이라거나 있어?
미나토 슌
으으음... 강아지나 고양이려나...
유즈루
강아지라...
유즈루는 당신의 머리 위에 손을 얹습니다.
그리고 짧게 빛이 스쳤다고 느꼈을 때 개의 귀와 꼬리가 돋아나있습니다.
유즈루
이거면 단번에 알아보는 녀석은 없겠지.
미나토 슌
우, 우와! 뭔가 생겨났다...
유즈루
네가 움직일 수 있겠지만 감각은 없을 테니까 안심해.
그러니까... 모자 정도로 느끼면 되려나.
(귀 주욱주욱 만진다.)
미나토 슌
이런 모자는 보통 분장이 아니면 쓸 일은 없겠지만요.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이게 그 요술이라는 거군요...
미나토 슌
응, 확실히 감각은 없구나... (귀 만져지는 거 봄...)
유즈루
뭔가 느껴졌으면 좋겠어? (토옥 당신 머리 위에 손 얹고)
미나토 슌
느껴지면 더 신기했겠지만 그러면 너무 적응하기 힘들 것 같은데요...
낯선 느낌만 들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지금이 나은 것 같아요.
이건 이거대로 할로윈 분장 했다는 느낌이라서요.
유즈루
그래, 뭐. 솔직히 지금도 충분해 보여.
유즈루
감각까지 있다간 정말 강... 개처럼 보일 것 같거든.
미나토 슌
하핫! 그래야 완벽한 변장 아닌가요~ (꼬리 좌우로 살랑...)
이제 준비는 끝이에요?
유즈루
응. 그럼, 갈까.
두 사람 다 준비를 마치면 오두막 밖으로 나옵니다.
화창하게 밝은 하늘에는 구름은커녕 태양도 보이지 않고,
달맞이꽃은 활짝 핀 꽃잎을 움츠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밤이 아니므로 반딧불이는 보이지 않습니다.
유즈루는 어제와 다른 길로 마을에 내려갑니다.
반대편 방향의 길을 따라 정신없이 내려가다 보면,
어제 이계에서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희미하게 들었던 북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어제부터 준비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게 분명합니다.
유즈루
흠......
미나토, 손. (손 내민다.)
미나토 슌
? 네. (손 올린다.)
유즈루
잘했어. (복복)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었다.)
(아무튼 손을 올리자 붉은 실을 한 가닥 꺼내 손목에 묶어준다.)
뛰어놀기 전에 미아방지책이라고 할까...
마찬가지로 반대편 실의 끝은 자신의 손목 에 묶고, 매듭짓습니다.
보기에는 무척 가느다란 실인데,
이런 실로 미아 방지가 가능한 걸까요?
미나토 슌
너무 얇은데, 금방 끊어지는 거 아니에요 이거?
유즈루
그냥 실이 아니라 요력을 불어넣은 끈이거든.
길이 조절도 자동으로 되고, 착용감도 편하지.
보통 어린 요괴를 데리고 멀리 나갈 때 자주 쓰는 거야.
미나토 슌
흐으음. 그렇구나.
(실 건드려보고 살짝 잡아 당겨보고... 아무튼 실 가지고 장난침...)
유즈루
(미간 짚...)
미나토 슌
어린 요괴를 데리고 다닐 때 하는 거라고 하니까 왠지 유치원생이라도 된 기분이네요. (하하)
유즈루
그래, 돌아가면 다시 못 즐길지도 모르니까 지금 즐겨.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축제의 틈바구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축제 거리 곳곳에 등이 걸려 있으나, 아직 낮이므로 불이 붙어있진 않습니다.
민가는 축제를 맞이해 다양한 노점상으로 개조되어 있습니다.
손님과 점원의 모습은 각양각색입니다.
인간과 무척 흡사한 점원도,
동물의 모습을 가진 손님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이 저녁이기 때문인지, 아직은 한산한 편입니다.
노점상,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미나토 슌
우와~ 인계의 축제랑 비슷하네요!
유즈루
그래? 거기도 엄청 떠들썩한가 보네.
미나토 슌
축제니까요. 다 같이 즐기자는 취지로 여는 거잖아요?
어디부터 가볼까나~
유즈루
어디든? 신기한 거 있으면 보러가도 돼.
미나토 슌
혹시 다른 요괴들도 유즈루랑 비슷한 것들을 먹나요?
유즈루
음... 아마 식성이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쥐라던가, 도롱뇽이라던가? 그런 것도 있을 거야.
미나토 슌
... 역시 전부 상상하기 힘든 것들이다...
유즈루
음... 평범하게 곡식을 사용하는 요리도 있을 테니까.
미나토 슌
그럼 일단... 노점상부터 가볼까요~ 뭐 파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유즈루
그래, 구경하러 가자.
두 사람은 가판대 쪽으로 걸어갑니다.
늘어선 가판대 위에는 군것질거리부터 장난감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유즈루는 어떤 가게 앞에서 멈춰섭니다.
요괴나 인간 얼굴 모양을 본뜬 가면, 요요, 부채, 비녀, 가락지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온통 아름답고 진귀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인계의 돈은 당연히 쓸 수 없겠죠.
미나토 슌
뭐 사고 싶은 거 있어요, 유즈루?
유즈루
응? 아니, 네가 이런 거 좋아할 것 같아서.
(개구리 모양 요요 가리킨다.)
유즈루
이거 혀 잡고 늘리는 거야.
미나토 슌
엑... 평범하게 징그러운 요요네요.
이거 진짜 개구리?
유즈루
가짜지.
(취향 파악에 실패했다...)
미나토 슌
아아. 가짜인가~
진짜인 줄 알고 놀랐다구요. 요괴들은 이런 걸 가지고 노나 싶어서...
미나토 슌
흠, 다른 건 없나?
유즈루
(머쓱...)
(진짜 이거 가지고 노는데...)
그 뒤로 유즈루의 말이 줄었습니다.
그나마 정상적으로 보이는 건 풍등이나 가면입니다.
그거 외에도 제법 신기해보이는 장난감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나토 슌
(신기하게 눈 반짝이며 장난감 구경함)
역시 평소에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네요.
... 라고 할까, 당연한 거겠지만.
유즈루
(말이 줄었으니까 고개만 두어번 끄덕인다.)
미나토 슌
(가면 얼굴에 가져다 대고) 이런 것도 쓰고 다니면 더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지도?
유즈루
그것도 좋긴 한데 음...
가려지는 건 좀 아쉽네.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미나토 슌
응, 이 얼굴을 가리는 건 아깝죠~ (웃으며 가면 내려놓습니다.)
유즈루가 보고 싶다니까 가면은 아쉽지만 패스해야겠네요.
유즈루
보고 싶다고 한 적은 없어.
(애꿎은 가판대나 노려본다.)
미나토 슌
(어깨 으쓱)
까마귀 머리 점원
이봐, 뭔가 마음에 드는 게 있나?
돈이 없다면 목에 걸린 그걸로 교환해줄 수도 있어.
미나토 슌
목에 걸린 거?
뾰족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방울 목걸이입니다.
미나토 슌
이 목걸이랑요?
미나토 슌
이건 교환하기 좀 힘든 물건인데~~...
문득 목걸이 끝에 달린 방울에 신경이 쏠립니다.
정말 이 목걸이에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이 목걸이를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었지만,
특별히 예쁘거나 쓸모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을 테지요.
그저 흔하디 흔한 방울일 뿐이니까요.
유즈루
... ... ... ...
미나토, 아침도 못 먹었는데 배고프지 않아?
간식 사줄게, 가자.
미나토 슌
응? 네, 좋아요~
사고 싶은 물건은 없었어요?
유즈루
음, 별로. 사도 못 쓰는게 많아서. (죽죽 끌고간다...)
때마침 아가미가 달린 노인이 파들거리는 손으로 가판대를 한 번 가리키곤 두 사람에게 손짓합니다.
아가미가 달린 노인
회오리 도롱뇽, 명랑 개구리, 겁나 매운 지네까지 없는 게 없어~ 와서 한 입들 잡숴봐~
미나토 슌
우와... 라인업 살벌하네.
유즈루는 고민하더니 노인 앞 가판대에서 주섬주섬 무언가 집어 담아옵니다.
…설마 정말 당신에게 회오리 도롱뇽을 먹일 생각일까요?
그 도롱뇽은 언뜻 보기에도 지구의 생물과는 확연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크기 자체가 약 3~4배 정도 거대합니다.
미나토 슌
도룡뇽... 치고는 엄청 크네요.
유즈루
그래? 축제 때 파는 거라 좀 작다고 생각했는데.
자, 이거 먹어.
계산을 마친 후, 유즈루가 당신에게 내민 것은 다행히도 동그란 약과입니다.
정갈한 문양이 새겨진 약과는 당신이 먹기 좋게 포장이 벗겨져 있습니다.
유즈루
곡식으로 만든 거면 먹을 수 있는 거지? (이때까지 다 틀려서 자신이 없다...)
미나토 슌
오, 이런 음식도 파는구나!
네, 이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입 먹어봅니다.)
약과에서는 달짝지근하고 촉촉한 맛이 납니다.
약과 가운데에는 견과류가 콕콕 박혀있어,
씹을 때마다 기분 좋은 식감이 뒤따라옵니다.
미나토 슌
음! 맛있는데요 이거?
유즈루
그래?
...다행이다.
미나토 슌
네, 유즈루도 먹어볼래요?
(약과 내민다)
유즈루
(하나 받아서 물고) 달달하네. 왜 좋아하는지 알겠어.
너 먹으라고 산 거니까 더 먹어.
자, 물도 있으니까.
미나토 슌
네~ 고마워요.
역시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네요.
유즈루
그렇지, 그래서 선생님도 이걸 자주 드셨어.
입맛이 비슷하다니 잘 됐네.
미나토 슌
유즈루의 선생님은 저 같은 인간이었던 거예요? (약과 냠냠)
유즈루
뭐... 그러셨지.
다 먹었으면 다른 곳도 가보자.
(짧게 말을 줄이고 화제를 바꾼다.)
미나토 슌
네에~ 갑시다~~
사격장,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를 돌아볼 수 있습니다.
미나토 슌
배도 간단하게 채웠으니까... 사격장 가보죠!
게임해서 경품 딸 수도 있잖아요?
유즈루
경품 같은 거 좋아해?
미나토 슌
경품을 좋아한다기보단 경품을 따는 과정이 좋다고 해야 할까요...
성취감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기면.
그냥 단순하게 재밌기도 하고.
유즈루
흐응... 그래?
인간들은 별로 안 내켜하는 줄 알았어.
구경하는 걸 더 좋아하셨으니까.
아무튼, 자신 있어하니 그 실력이 궁금해지네.
미나토 슌
이렇게 된 거 가서 한 번 실력 좀 뽐내볼까요? (팔 들어 올리고 웃음)
유즈루
한 번 해봐.
두 사람이 향한 곳은 다양한 경품들이 진열된 사격장입니다.
낯선 것들뿐인 이계에서 익숙한 것을 발견하자 꽤 반가울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격장은 인간계의 놀이공원에서도 자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격장에 놓인 것은 총이 아닌, 활입니다.
사격장 주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을 맞이합니다.
사격장 주인
어서 옵쇼! 참가하시려고요?
자, 참가비는 이쪽으로 내시면 됩니다.
화살은 인당 5개고, 활은 신장에 맞는 거로 잡으십시오!!
미나토 슌
어라... 총이 아니라 활이네.
으으음... 활은 쏴본 적 없는데.
미나토 슌
뭐, 여기까지 온 거 일단 해볼까!
유즈루
해보면 잘할 수도 있지.
당신은 일단 활을 쥐어봅니다.
★ 정신력 판정
미나토, ≪정신력≫ 판정
[ 미나토 슌 ]
cc<=75 정신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0 > 60 > 보통 성공
집중하고...
★ 근력 판정
미나토, ≪근력≫ 판정
[ 미나토 슌 ]
cc<=65 근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5 > 95 > 실패
발사...!
화살들이 과녁에 꽂힙니다.
다소 애매한 점수긴 하지만, 과녁에 화살을 맞추긴 했습니다.
유즈루
그래도 나름 처음한 것치곤 잘했네.
보통 맞추지도 못하거든.
미나토 슌
이야~ 생각보다 활 당기기 어렵던데요. (머리 벅벅)
아쉽다~~
유즈루
어쩔 수 없지. 앞으로 더 연습해보던가.
사격장 주인이 3등상으로 내민 것은 작은 노리개 입니다.
위쪽은 백옥으로 장식되어 있네요. 나름 신경 쓴 것 같습니다.
미나토 슌
나쁘지 않은 상품이네요.
유즈루
어디 걸고 다니면 이쁘겠네.
미나토 슌
어디에 걸고 다녀야 하지...
(머리, 목, 팔,... 여기저기 한 번씩 대보다가 벨트에 끼운다.)
유즈루
응, 보통 허리춤에 많이 하고다니더라.
미나토 슌
머리에 다는 것도 나름 특별하고 좋을 것 같았는데 달기 힘들길래.
어때요? 어울려요?
유즈루
응... 봐줄만 하네.
머리에 하고 싶었던 거라면 묶어줄 수 있는데. 꽁지머리처럼.
흠... 모자라려나? (중얼)
미나토 슌
유즈루처럼 길면 됐을 것 같은데 저는 길이가 짧아서··· (머리카락 만지작)
뭐, 어디든 달면 된 거죠. 이제 다른 곳도 가볼까요?
유즈루
응, 그래.
식당가, 점집, 간이 낚시터가 남아있습니다.
미나토 슌
(주위 둘러보다가...)
... 오, 저기 점집이 있네요?
요술로 보는 점이면 정확도가 훨씬 높지 않을까요?
유즈루
난 그래도 다 미신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름 영험하긴 한 사람이야.
미나토 슌
재미로 보는 거죠, 재미로~
자자, 가봅시다~
그리고 당신과 유즈루가 점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삿갓을 쓴 사람은 들고 있던 곰방대를 내리칩니다.
삿갓을 쓴 사람
쓰였네! 아주 단단히 쓰였어!!
언뜻 뒤로 비치는 그림자에는, 꼬리가 9개 달려 있습니다.
미나토 슌
씌였다고요...?!
뭐가요?
유즈루
(한숨...)
쿠라마
그냥 해보고 싶었단다. (^^)
인간이 여긴 어쩐 일이라니?
미나토 슌
(헉)
점집 주인은 그렇게 말하곤 가볍게 웃으며 삿갓을 벗습니다.
드러난 얼굴은 새하얀 머리카락의 미인입니다.
유즈루는 익숙한 듯 심드렁한 표정입니다.
유즈루
쿠라마 할멈은 늘 이래.
도무지 할멈이라고 불릴 만한 외양이 아닌데요?!
점집 안에는 대충 봐도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이나, 샛노랗게 색이 바랜 고서들, 용도를 알 수 없는 측량 기구들…
쿠라마
걱정하지 마라, 이 쿠라마 할멈은 인간을 잡아먹으려 하진 않으니.
자자, 점을 보러온게 아니었니?
미나토 슌
(신기한 분이시네... 그러니까 점집을 하겠지...)
으음... 네! 점이라고 하면 역시 운세 같은 걸 보는 편이 좋겠죠~
쿠라마
다들 미래를 점치고 싶어하곤 하지.
그럼 내게 이름과 탄생일, 그리고 태어난 장소를 알려주지 않겠니?
미나토 슌
이름은 미나토 슌이고, 생일은 3월 20일... (술술...)
쿠라마
그래, 어디보자꾸나...
...흠?
이런 점괘가 나오다니.
조만간 네 주변에 거대한 이변이 생길 거다.
천만다행으로 미나토, 네 목숨에 지장은 없겠지만…
이 몸이야 살 만큼 살아서 괜찮지.
너희들은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하하)
미나토 슌
거대한 이변?
뭔가 엄청난 점괘네요.
무슨 이변인지는 모르는 건가요?
쿠라마
천기를 누설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는 법이란다.
미나토 슌
에이... 아무튼 큰일이 일어난다는 뜻이구나.
쿠라마
그래도 제법 운명적인 만남을 겪는 중이구나.
제법 많은 인연의 실들이 이리저리 엉켜 있어...
미나토, 이곳에서의 인연을 소중히 하도록 해.
아예 여기서 사는 건 어떠니? 제법 잘 맞아!
쿠라마 할멈은 그렇게 말하곤 높은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습니다.
유즈루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원래 좀 저래.
미나토 슌
여기도 좋긴 하지만 전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구요~
쿠라마
그래, 그래. 원래 있던 곳의 인연도 놓기 힘들지.
미나토 슌
유즈루도 한 번 보는 거 어때요?
유즈루
내가?
쿠라마
에이, 그런 표정 짓지 말고.
어릴 땐 귀여웠는데 어쩌다 이렇게 퉁명스럽게 자랐는지.
참 시간이 무섭단 말이야.
미나토 슌
헉, 어릴 때부터 아는 사이셨어요?
어린 유즈루는 어땠어요? 궁금하다!
쿠라마
어릴 땐 말이지, 이 점집까지 쫄랑쫄랑 따라왔다가~
조금 골려주니까 금방 울어버리더라고.
그래서 나도 많이 당황했었어. (깔깔거리며 웃는다.)
미나토 슌
우는 유즈루라니 상상도 안 가는데...
유즈루
할멈... 거기까지만 하지?
언제적 얘길 하는 거야.
쿠라마
저거 지금 부끄러워 하는 거란다. (깔깔)
미나토 슌
흐으음 그런 거구나. (헤에, 하는 표정으로 유즈루 봄...)
유즈루
(뭘 봐.)
(옆구리 찌른다.)
미나토 슌
(아얏.)
쿠라마
궁금한게 많은 모양이니, 어디 보자...
두 사람의 궁합이라도 봐줄까? (웃음)
미나토 슌
오, 봐주세요!
유즈루
(두 사람을 포기한다.)
쿠라마
어디 어디...
후후……
인연이란 어찌 이토록 기구한지.
바로 곁에 찾는 상대가 있음에도, 찾아야 하는 상대는 아니로구나.
이 점은 못 본 거로 하겠다. (손을 내려둡니다.)
너무 많은 걸 알아도 재미없으니까 말이다.
미나토 슌
으음...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어요.
뭐, 아까 운세도 그런 느낌이었지만...
유즈루
그냥 적당한 소리로 흘려듣는게 좋아.
이상한 소리하는게 한 두해가 아니니까...
미나토 슌
어쨌든 저희는 잘 맞는다는 소리겠죠?
쿠라마
그래, 천생연분이야. (립서비스^^)
정말이지, 젊은 것들이란 귀엽구나.
미나토 슌
천생연분이래요, 천생연분~ (^ㅁ^)
유즈루
흘려들으래도. (ㅍㅍ;)
쿠라마
자아~ 점을 봤으면 복채를 내야지!
미나토 슌
헉, 저는 돈 같은 거 없는데!
쿠라마
괜찮단다. 너만이 줄 수 있는게 있을 테니까.
가령, 인계의 물건이라거나?
미나토 슌
인계의 물건?...
미나토 슌
지금 마땅히 들고 있는 물건이... (몸 뒤적뒤적)
이거라도 드릴까요? (귀에 있는 피어싱 문질)
쿠라마
뭐든 좋단다.
인계의 사람들은 신기한 것들을 잔뜩 만드니까.
미나토 슌
(피어싱 빼서 건넵니다.)
쿠라마
호오, 이건 또 신기한 장신구구나.
이렇게 작은 물건을 만드는 것도 독특하단 말이지.
자! 자!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어서들 나가봐!
둘 다, 즐거운 축제 기간 보내렴.
미나토 슌
감사합니다!
유즈루
수고해요. 사람들 놀려먹지 말고요.
두 사람은 천막을 빠져나옵니다.
유즈루
기 빨려...
미나토 슌
하핫, 그래도 재밌지 않았어요?
유즈루
난 이리저리 휘둘리는 거 안 좋아해. (ㅡㅡ)
아무튼 남은 곳은 간이 낚시터와 식당가입니다.
미나토 슌
이번엔 낚시터로 가볼까요?
낚시터는 조용하니까 좀 쉴 틈이 될 수 있을 것 같고.
유즈루
음... 그래, 그것도 네가 좋아할 것 같다.
방금 사격장도 마음에 든 눈치였으니까.
두 사람은 간이 낚시터로 향합니다.
뾰족한 기와 아래 매달린 금붕어 그림의 풍경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종소리를 냅니다.
새로 길은 듯 맑은 물이 대야에 담깁니다.
그 위에 색색의 다양한 금붕어들이 떠다닙니다.
다만, 전부 뾰족한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이런 것에 미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손목째로 먹혀버릴지도…
유즈루
...솔직히 말하자면, 다칠지도 몰라.
미나토 슌
금붕어가 이빨이 있던가?...
유즈루
? 평범하게 있는 녀석들도 있지.
미나토 슌
음... 뭔가 생각했던 낚시터랑 느낌이 많이 다르네요.
유즈루
(뭘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딱히 안 해도 괜찮아. 다치는 쪽이 더 큰일이고.
구경만 해도 돼.
손목은 다른 녀석들이 날아가겠지.
미나토 슌
흐음... 그럼 하는 거 한 번 보고...
아니, 그런 말은 좀...
유즈루
참가한 녀석들의 자유니까 뭐...
미나토 슌
아무리 요괴여도 손목이 날아가는 건 좀 그렇잖아요?
유즈루
그건 그렇긴 해.
미나토 슌
일단 구경이나 좀 해볼게요. 할만해보이면 그때 도전해봐도 괜찮을 것 같고~
두 사람은 요괴들이 금붕어를 잡는 것을 구경합니다.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울면서 나오는 요괴가 있는 반면,
휙휙 날랜 손놀림으로 금붕어를 건지는 요괴도 있습니다.
음? 그런데 저녀석 뒷통수가 어쩐지 익숙한데...
붉은 털을 가진 자그마한 영월호 학생이 척척 금붕어를 잡고 있습니다.
아니, 이 녀석은…!
미나토 슌
(엇, 설마...)
물고기를 다 건져낸 요괴는 뒤를 돌아봅니다.
미호
와, 와악! 깜짝아!
네 녀석…
인...(읍읍)이 어떻게 여기에……!!!
유즈루
쉿. 소리 높이지 마.
미호
두고 봐라! 언젠가는 콱 잡, 잡아먹어 버리겠다!
……그나저나 제법 잘 놀고 있는 것 같네.
인계에도 이런 축제가 있나?
미나토 슌
당연하죠!
물론 물건이나, 음식들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축제는 어디를 가도 다 즐거운 법이니까요.
미호
흥, 인간들이 득실득실한 곳 따위! 궁금하지도 않아!
(너무 궁금했어요 꼬리 파닥파닥.)
미나토 슌
(궁금한 것 같은데?)
미호
크윽... 나, 난 지금부터 신당이나 갈 거다!!
아직 축제 때 드려야 하는 기도를 드리지 않았거든.
헤헹, 인간은 못 오지? 못 오지? 영월호 내부에 있으니까~
미나토 슌
신당? 기도?
(유즈루 봄)
유즈루
우리들은 모시는 신이 있거든.
미호
당연히! 이 세계를 창조하신 '공간의 주인님'이시지!
그러면 너 이것도 모르겠네?
이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둥근 유리 돔이 있단 말씀!
미나토 슌
에엑? 지구는 둥근 거잖아요?
아니, 이계는 인계랑 다르게 생겼나?
미호
캬악!!! 둥글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이런 기초적인 것도 모르다니! 이런 멍청한 인간이랑 다니는 거냐 유즈루!
유즈루
작년 졸업시험 점수도 못 채운 녀석한테 그런 소리 듣고 싶진 않네.
미호
이익......
너 진짜 두고 봐!!!
미호는 털을 바짝 세우며 씩씩거리다 자리를 떠나버립니다.
유즈루
도망갔네.
미나토 슌
가버렸다...
유즈루
뭐... 좀 똑똑하진 않아도 했던 말에 틀린 말은 없어.
미나토 슌
세계의 끝은 평평하고 하늘의 끝에는 유리 돔이 있다는 말이요?
유즈루
응. 계속 한 방향으로 걸어가면 끝이 있는 게 당연하잖아.
미나토 슌
으음... 인간은 보통 세계는 둥글다고 배우는데 말이죠.
유즈루
둥글다?
그랬으면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은 떨어지는 거 아냐?
미나토 슌
이걸 뭐라고 설명을 해야할지...
미나토 슌
지구에는 중력이라는 게 있어서 그게 사람을 떨어지지 않게 잡아주는 건데...
미나토 슌
(이러쿵저러쿵 설명... 뭔가 과학 시간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아무튼, 그런 거예요. 지금 바로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유즈루
음...... (80% 이해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런 힘으로 붙어있느라 힘들겠네.
미나토 슌
이건 그렇게 붙어있다는? 개념과는 좀 많이 다르긴 하죠...
아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지금 저희와 비슷하게 생활하고 있을 테니까...
유즈루
인계는 역시 신기한 곳이야.
미나토 슌
그나저나 그 신당이라는 곳은 뭐예요?
공간의 주인님...? 한테 기도를 올린다고 그러던데.
유즈루
그건 영월호 내부에 있는 신을 모시는 장소야.
보통 거기서 기도를 올리고, 소원을 빌곤 하지.
미나토 슌
신당은 못 가요?
인간이 가기엔 좀 위험한 장소려나...
유즈루
거긴 영월호는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으니까.
정 들어가고 싶으면... 교복을 빌리는 수 밖에.
미나토 슌
빌릴 수 있는 거였어요, 교복?
유즈루
보통은 어려우니까 상냥하게 부탁해야지.
음... 아니면 내 여벌옷을 빌리던가.
지금 입고 있는 것도 나한테 좀 큰 사이즈거든.
미나토 슌
유즈루의 옷은 사이즈가 안 맞을 것 같은데.
유즈루
... ... ... 그럼 잠깐 기다려 봐.
미나토 슌
다른 방법이 있는 거예요?
유즈루
? 당연히 부탁(습격)해야지.
미나토 슌
(이상한 괄호가 보이는데?)
유즈루
나한테 다 생각이 있어.
미나토 슌
알겠어요. 그럼 믿고 맡길게요.
그리고 유즈루는 척척 인파 속으로 걸어들어갑니다.
한 5분... 조금 넘게 걸렸을 때쯤 다시 척척 걸어나옵니다.
유즈루
자, 생각보다 순순히 넘겼어.
하오리까지 걸치면 그런대로 괜찮을 거야.
미나토 슌
우와, 정말 구해왔다.
유즈루
잠깐 빌린 거니까 영월호만 다녀오고 바로 반납해야 해.
미나토 슌
알겠어요~ 입어볼게요! (콧노래 흥얼)
살짝 작긴 하지만 인간의 의복보다는 헐렁하게 맞추어져있어 나름 입을만 합니다.
유즈루가 만든 귀와 꼬리가 건재하므로, 교복을 맞춰 입은 당신은 제법 그럴싸한 이계의 요괴처럼 보입니다.
미나토 슌
어때요? 저 영월호 학생 같아요?
유즈루
... ...생각보다 더 잘 어울리네. (훑어본다.)
끈은 좀 더 꽉 매는 게 좋아. (허리춤에 있는 매듭 당겨주고)
미나토 슌
너무 세게 묶으면 숨 쉬기 힘드니까 조심해주세요.
유즈루
... ... ... (슬쩍 좀 푼다.)
두 사람은 나란히 교복을 입고 영월호로 향합니다.
도중 5마리의 영월호 요괴들과 마주치지만,
생소한 당신의 얼굴에 갸웃거릴 뿐 문제는 없습니다.
쫑긋한 귀와 꼬리를 달고 있는 존재가 인간일 리 없으니까요.
미나토 슌
(조마조마하네요.)
영월호 내부는 조금 낡은 옛 시대의 학교를 연상시킵니다.
바닥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나무가 삐걱거리고,
어두운 복도에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아,
꼭 폐교 담력체험을 하는 기분이네요.
교실마다 나무로 된 의자와 책상이 갖춰져 있습니다.
유즈루는 처음으로 학부모를 데려온 것처럼, 조금 들뜬 기색으로 영월호를 소개합니다.
유즈루
여기가 우리 학교야.
보통 본당인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하루를 보내지.
미나토 슌
확실히 오래됐다는 느낌이네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살펴봅니다.)
유즈루
나름 역사가 있는 곳이니까.
네가 궁금해 했던 신당은 별관에 있어.
미나토 슌
가봐요!
영월호의 내부를 통해 바깥의 관으로 나가자,
신당이라고 굵게 쓰인 현판 주변에 붉은 축제 등이 둥실둥실 떠 있습니다.
담홍색 벽과 기둥 위엔 흐릿한 벽화가 새겨져 있고,
오색 끈과 굵은 밧줄로 화려하게 장식된 신당 한가운데 석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미나토 슌
우와... 학교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여기서 무슨 기도를 드리는 건가요?
유즈루
음... 정확히는 저기 있는 신관님께 여쭤보는게 좋겠네.
나도 알려줄 수는 있지만 더 잘 알고 계실 테니까.
유즈루가 가리킨 곳에는 신관으로 보이는 요괴가 당신을 보며 온화하게 미소 짓고있습니다.
겉보기엔 다정한 인간처럼 보이나,
뱀의 동공과 비늘, 갈라진 혓바닥이 그가 요괴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신관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분이네요. 기도하러 오셨나요?
미나토 슌
네에, 기도는 어떻게 올리면 되나요?
신관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이곳에 찾아오는 이들은 석상 앞에서 자유롭게 소원을 빌곤 하죠.
신관은 그렇게 말하곤, 붉은색의 작은 종이를 내밉니다.
신관
여기에 소원을 적어 오색 끈에 매다시면 됩니다.
미나토 슌
(호오)
신관
신님께선 분명, 저희의 소원을 들어주실 테지요.
바라는 게 있다면 편하게 빌어보세요. (후후)
자, 유즈루 님도요.
유즈루
(미묘... 일단 받는다.)
미나토 슌
여기서 소원 빌어본 적 있어요?
유즈루
엄청 어릴 때?
그때는 빌면 다 이루어지는 줄 알았으니까.
미나토 슌
역시 어릴 땐 귀여웠네요.
그래서? 무슨 소원을 빌었었어요?
유즈루
...알아서 뭐하게?
어차피 어린애 소원인데.
미나토 슌
그냥 궁금하잖아요~
유즈루
... ... ...
...그냥, 선생님이 아프지 않게 해달라고 빌었어.
그 분은 몸이 좋지 않으셨으니까.
미나토 슌
흐음, 그랬구나.
소원은 이뤄졌어요?
유즈루
...모르겠어.
소원은 입 밖으로 내거나 남에게 보이면 그 효력을 잃으니까...
어차피 이루어지지도 않았을 테니 상관없나.
미나토 슌
소원은 마음이 제일 중요한 법이잖아요.
유즈루가 바랐던 거라면 뭐든 분명 이루어졌을 거예요.
이번에도 그런 마음을 담아서 또 소원을 적어봐요!
유즈루
... ...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너는? 빌고 싶은 소원이 있어?
미나토 슌
빌고 싶은 소원이라...
지금은 평범하게 인계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같은 거 밖에 안 떠오르긴 하지만...
이런 걸 여기에서까지 빌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더 대단한... 그런 소원이었으면 좋겠는데...
유즈루
작은 소원이든, 큰 소원이든 바라는데 의미가 있을 테니까.
유즈루
(고민하다가 종이에 무어라고 적는다.)
나는 끝났어.
미나토 슌
벌써!? 뭐라고 적었어요?
아, 아니... 이런 건 말하면 안 되나.
유즈루
비밀이야. 이루어졌으면 하니까.
너도 어서 생각해보지 그래?
미나토 슌
(으으음... 길게 고민하다가)
응, 정했다! (종이에 글씨 적고는 웃습니다.)
유즈루
(궁금하긴 함. 궁금한 표정.)
미나토 슌
그렇게 궁금하다는 표정 지어도 비~밀이에요.
(입가에 손가락 대고 키득키득 웃습니다.)
자, 이제 빨리 매달러가요.
유즈루
응, 그래.
두 사람은 오색끈에 소원을 매달고 잠시 합장합니다.
정말 신님이 계셔서 소원을 이루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하나의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이 합장을 마치고 나면 옆에 있는 유즈루가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신당 옆에 늘어진 돌기둥 중 하나입니다.
유즈루는 잠시 그것을 만지작거립니다.
★ 관찰력 판정
미나토, ≪관찰력≫ 판정
[ 미나토 슌 ]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보통 성공
자세히 살펴보면 돌기둥에 작은 틈들이 나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낮은 위치부터 위쪽까지.
마지막으로 난 틈은 유즈루와 같은 높이에 있습니다.
유즈루
... ...너는 한 사람이 계속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해?
미나토 슌
성장이요? 음... 키라면 크든 안 크든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미나토 슌
이건 갑자기 왜요?
유즈루
아니, 그냥 이걸 보고 있니까 생각나서.
성장하면 달라져 버릴지도 모르잖아.
가끔 그런 게 무섭다고 생각해본 적 없어?
미나토 슌
글쎄요... 인간은 성장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겉모습이 달라진다고 해서 속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잖아요?
자란다는 건 그저 시간이 흘렀다는 것 뿐이고...
유즈루
하지만, 속이 달라지지 않은 것도 마주봐야 알 수 있는 걸.
... ... ...
꼭 나아가는 것만이 좋은 일인지 가끔 생각하곤 해.
갑자기 이런 말 하는 것도 네겐 당황스럽겠지만.
미나토 슌
하지만 나아가지 않으면 외롭잖아요? 혼자 남아있는 건...
보통은 다들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니까.
뭐어... 요괴라면 관점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요.
유즈루는 나아가고 싶지 않은 거예요?
유즈루
난...
남겨두고 싶지 않은 거야.
내가 떠나버린다면, 과거로 남겨둬야 할 테니까.
... ...아냐, 됐어.
이상한 말 해서 미안해.
미나토 슌
뭔가 제가 시원하게 해결해줄 수 없었던 것 같네요... (머리 벅벅)
이런 쪽으로 말재주가 별로 없는 편이라서.
그래도 너무 힘들게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즈루
신경 쓰지 마, 그냥 좀 변덕이었을 뿐이니까.
갈까?
미나토 슌
좋아요, 축제는 아직 진행 중이니까요!
두 사람은 영월호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자 처음 보는 요괴가 툴툴거리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당신에게 옷을 빌려준 요괴였네요.
빠르게 갈아입어서 반납하고 상점가로 돌아갑시다.
미나토 슌
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요괴는 당연하다는 듯이 옷을 받아들고 손짓하며 사라집니다.
그러고보니 좀 출출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하루종일 먹은 거라곤 약과 몇개 뿐이니까요.
미나토 슌
(꼬르륵~~)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갈 시간이 된 걸지도...
유즈루
아, 그러고보니 배고프겠다.
지금 식당가에 자리가 있을런지 모르겠네.
미나토 슌
더 없어지기 전에 빨리 가보죠...
식당가에서는 많이 먹기 대회가 한창입니다.
그 메뉴는 메뚜기 튀김으로, 자신 있는 메뉴라면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미나토 슌
(이걸 도전할 리가 없잖아)
유즈루
저런 건 보통 두꺼비 녀석들이 쓸어가.
미나토 슌
아아, 확실히. 두꺼비들이면 엄두도 안 나네요.
유즈루
우리는 우리가 먹을 거나 볼까...
식당가 한 편에는 먹음직스러운 국수를 팔고 있습니다.
색색의 고명이 올라와 있고, 육수로 국물을 냈는지 고소한 향이 후각을 자극합니다.
유즈루
내가 사올 테니까 자리 좀 잡아줄래?
미나토 슌
맛있겠다~... 알겠어요!
유즈루
금방 올게. 무슨 일 있으면 부르고.
미나토 슌
예이, 예이~
유즈루는 국수를 주문하기 위해 계산대로 갑니다.
공간은 협소한 편이지만, 많은 사람이 많이 먹기 대회에 시선이 쏠려 있어 드문드문 빈 자리가 보입니다.
마침 둘이 앉기에 적당한 좌석이 있네요.
여기에 앉아서 기다릴까요?
미나토 슌
(럭키~ 라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습니다.)
당신이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문득 누군가가 당신의 어깨를 톡톡 두드립니다.
타타
선생님?
고양이 수염을 가진 요괴 하나가 수염을 움찔거리며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반가움, 희한함, 놀라움, 충격……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는 듯, 동그란 눈이 점점 더 커집니다.
타타
저, 선생님이 아니신가요?
미나토 슌
... 저요?
미나토 슌
저기,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은데...~
타타
아......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타타. 영월호 졸업생이에요.
죄송합니다. 은사님과 닮아서 착각했어요.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닮으셨거든요!
타타
인간이시죠? 이런 곳에 오신 걸 보면 보호해주는 분이 계시나봐요?
미나토 슌
저 같은 외모가 흔하진 않을텐데, 신기한 일이네요!
지금은 어쩌다 우연히 만난 분이랑 같이 다니고 있어요.
타타
아하... 요즘은 옛 규칙을 따르지 않는 요괴들도 많은데, 신기하네요.
혹시 어떤 분이신가요?
미나토 슌
졸업생이시면 아시려나? 유즈루라고, 뱀 요괴가 도와주고 있어요.
타타
유즈루? 당연히 알죠! 잘 지내고 있던가요?
같은 영월호 동문이니까 알고 있어요.
그 녀석 안 그래도 몇백년째 졸업 시험도 거르고 있어서... 걱정되던 참이었거든요.
미나토 슌
몇백년째 졸업 시험을 거르고 있다고요...?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타타
음...... 치르지 않는 거에 문제는 없겠지만 보통은 졸업 시험은 될 수 있는 한 일찍하는 편이라서요.
안쪽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녀석 마지막으로 봤을 때 탈피도 다 끝내지 않았던 것 같은데...
미나토 슌
생각보다 문제가 많은 녀석이었나... (중얼)
안쪽이라는 건 무슨 뜻이에요?
타타
영월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요. 저는 이제 졸업생이니까 학교 안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잘 몰라서요.
유즈루는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기왕이면 학교에서 기다리는 편이 좋겠다고 하더니...
미나토 슌
기다린다니... 아무리 기다린다해도 몇백년씩이나 시험을 미룰 정도로...
유즈루는 누굴 기다리는 건가요?
타타
누구긴, 당연히 선생님이죠!
무척 좋은 분이셨어요. (반짝반짝)
인간이셨는데 놀랄 만큼 저희를 잘 이해해 주셨는 걸요.
전쟁 직후 홀몸으로 어린 요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영월호를 다시 세우셨으니까요.
미나토 슌
아, 선생님이라면 유즈루도 자주 말했었어요.
그런 대단한 분이셨구나.
타타
유즈루만큼 선생님을 잘 따르던 학생도 없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선생님이 사라져버리셨거든요.
듣기론 그 전에 유즈루가 선물을 하나 했다는데...
그때, 저쪽에서 유즈루가 그릇을 들고 다가옵니다.
타타
아, 음.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타타는 재빠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도망갑니다.
미나토 슌
엇, 잘가요...!
유즈루는 한참 동안 타타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봅니다.
유즈루
별일이네.
전에는 다 같이 무시하더니.
그래서? 무슨 이야기 했어?
미나토 슌
유즈루의 학창시절 이야기?
유즈루
그럼 별로 재미없었겠네.
미나토 슌
못 들어줄 정도는 아니던데요?
그나저나 아직 졸업도 안 했다면서요?
유즈루
당연하지. 아직 학생이니까.
문제라도?
미나토 슌
아직 졸업 안 한 학생이라고 생각하니까 저랑 그다지 다르지도 않은 것 같아서요.
(뭐, 유즈루는 자의로 졸업 안 하는 입장이지만.)
미나토 슌
일단... 밥부터 좀 먹을까요? 저 배가 등에 붙은 것 같아요...
유즈루
아, 그래. 일단 먹고 얘기해.
유즈루는 정신을 차린듯 그릇을 내려둡니다.
유즈루
맛은 나름 괜찮을 거야.
미나토 슌
어디어디~ (국수 먹어봅니다.)
잘 우린 멸치국수의 맛이 납니다.
올라간 고명도 생각보다 괜찮네요!
미나토 슌
음! 이것도 맛있는데요?
생각보다 입에 맞는 음식이 많네요.
유즈루
넌 축제 음식이 입에 맞나보다.
여기 있는 동안은 그걸로 먹으면 되겠네.
미나토 슌
좋네요~ (ㅎㅎ)
아, 유즈루의 선생님이라는 분은 어떤 분이셨어요?
유즈루
선생님?
미나토 슌
아까 타타라는 분한테 들었는데 선생님을 잘 따랐다면서요?
유즈루
음... 그랬지. (잠깐 바라보다 시선 피하고)
엄청 다정한 분이셨어.
굳이 우리에게 다정할 필요가 없었는데도, 사실은 무서워 하셨으면서도...
안아주시는 그런 분이었으니까.
나한테는 꼭 가족 같았지.
미나토 슌
엄청나게 좋은 분이셨네요.
저 같아도 그런 선생님이 계셨다면 좋아했을 것 같아요.
유즈루
그래, 분명 선생님도 좋아하셨겠지.
궁금한 건 이제 다 풀렸어?
미나토 슌
어느 정도는요?
유즈루는 착실한 학생이었구나~
수업 시간에 졸지도 않고 딴짓도 안 했을 것 같아요.
유즈루
그때는 열심히 하고 싶었으니까.
고생하게 하고 싶지도 않았고.
흠... 그러는 너는 속을 꽤나 썩였을 것 같은데.
미나토 슌
엑, 이래보여도 저도 꽤 예쁨받는 학생이라고요?
선생님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시는데요.
유즈루
사고 쳐도 미워할 수 없는 타입이려나.
그런 애들이 꼭 한 명쯤은 있지.
미나토 슌
아하하, 분위기 메이커라고 하죠 그런 걸.
유즈루
뭐, 그래도 네가 있었으면 즐거웠을 것 같아.
미나토 슌
지금 같이 있는 게 즐거우니까?
유즈루
... ...그래. (좀 낯간지럽네.)
너랑 얘기하는 건 재밌어.
꼭 친구처럼.
미나토 슌
후훗, 그렇다면 기쁘네요.
저도 유즈루랑 같이 있으면 즐거워요.
그래서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들이 술술 나오나?
유즈루
그냥 둘 다 유치해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린애 같네.
미나토 슌
어린애처럼 노는 것도 즐거우니까 가끔씩은 괜찮잖아요?
원래 유치하게 놀 수 있는 사이가 제일 좋은 관계라고 그랬어요.
(웃으며 엄지 들어보이곤 국수 마저 먹습니다.)
잠깐 그런 당신을 바라보던 유즈루는 마저 식사를 마칩니다.
유즈루
다 먹었으면 슬슬 일어나자. 이제 축제에서 가장 기대하는 것만 남았어.
미나토 슌
가장 기대하는 거?
유즈루
응. 너도 마음에 들어할 거야.
미나토 슌
기대된다~~ 뭘까~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기 때문에 주변은 무척 어둡습니다.
길을 걷는 요괴들은 점점 늘어나고,
거리에는 조명이 없어 당신이 걷기 불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인파에 잠깐 머뭇거리자 앞서 가던 유즈루가 멀어집니다.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할 틈도 없이, 두 사람을 연결한 끈은 점점 늘어납니다.
유즈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을 무렵,
[ ! ]
갑자기 당신의 손목에 묶여 있던 결속의 끈이 풀려버립니다.
미나토 슌
앗?!
아무리 유즈루를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 민첩 판정
미나토, ≪민첩≫ 판정
[ 미나토 슌 ]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 > 7 > 대단한 성공
당신은 앞에서 다가오는 덩치 큰 요괴들을 피합니다.
다행히 부딪히지는 않았으나 가판대 벽쪽으로 밀려나버렸네요.
미나토 슌
(아야얏...)
다급히 이곳저곳으로 고개를 돌려봐도 익숙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문득 눈에 들어오는 풍경과 당신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 ! ]
이방인.
분위기에 취해 잠시 잊어버렸지만 당신은 이곳에 속한 사람이 아닙니다.
아무도 당신을 모르는 세계,
돌아가는 방법도 명확히 알 수 없는 이곳에서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어쩐지 그런 생각을 하자 부모님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실종을 걱정하고 있진 않을까요.
미나토 슌
(아...)
(으음... 걱정 많이 하실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동안 덮어두었지만 이질적인 감각이 스칩니다.
혼자가 되었다는 건 그런 기분입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의 손을 누군가가 잡습니다.
손이 잡힘과 동시에 축제 거리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켜집니다.
가게 주인은 붉은 등에 불을 붙이고,
늘어선 빛의 행렬은 시야를 밝혀줍니다.
악기와 북소리가 한층 더 높아집니다.
일렁이는 새빨간 빛을 받으며 당신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유즈루입니다.
인파를 헤치고 당신이 있는 곳까지 되돌아왔는지,
머리카락은 젖어 있으며, 옷차림은 다소 흐트러져있습니다.
언제 구했는지 길에 있는 것과 같은 붉은 등불을 들고 있습니다.
미나토 슌
어, 유즈루!
유즈루는 당신의 표정을 보고 조금 놀란 눈치입니다.
유즈루
... ...이런 인파에는 손을 잡고 가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끈을 풀었어.
놀랐어?
미나토 슌
미아가 되는 줄 알았다구요...
유즈루
미안, 네가 따라오고 있는 줄 알았어.
이제 두고 가지 않을게. (살짝 손을 뻗어 잡는다.)
미나토 슌
이번만 용서해주는 거예요. (손 맞잡습니다.)
이제 이 손 놓지 마요.
유즈루
응......
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나. (저 말이 좀 부끄럽다.)
미나토 슌
자, 이제 다시 가요. (손 살짝 앞으로 끌어당깁니다.)
유즈루
(왠지 쑥쓰러워져서 고개만 끄덕인다.)
그렇네요. 아무도 당신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유즈루, 이 사람만은 지금 당신을 알고 있잖아요?
낯선 곳에서 유일하게 있을 곳을 마련해줬으며,
당신이 돌아갈 때까지 보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당신의 온기가 전해진 손은 무척 따스합니다.
유즈루
곧 불꽃놀이가 시작할 거야.
내가 아는 자리가 있으니까 올라가서 보자.
그리고 유즈루는 부드럽게 손을 이끕니다.
절대로 끊어지지 않는 끈 보다 강하고 따뜻한 손이 당신을 밝은 곳으로 이끕니다.
그러나 당신과 유즈루가 관람 명당으로 향하던 도중 불꽃놀이가 시작됩니다.
소리와 함께 터져 올라가는 불꽃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습니다.
길을 걷던 요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두 사람도 역시 아쉽지만, 길거리에서 불꽃놀이를 관람합니다.
새빨간 불꽃은 지네 모양이 되기도, 개구리 모양으로 피어나기도 합니다.
불꽃 하나가 사라질 무렵 또 다른 불꽃이 올라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옵니다.
미나토 슌
아하하! 이계는 불꽃도 저런 모양이네요.
유즈루
다들 각자 좋아하는 걸로 만드니까.
미나토 슌
보기 좋아요.
미나토 슌
유즈루가 제일 좋아하는 불꽃은 뭐예요?
유즈루
응? 나는... (생각해본적 없는지 잠깐 하늘을 본다.)
저기, 초록색으로 빛나는 불꽃이려나.
꼭 반딧불이가 모여있는 것 같잖아.
미나토 슌
반딧불이를 좋아하는구나~
유즈루
응, 정말 좋아해.
너는 어때? 마음에 들어?
미나토 슌
왜 기대하는지 알 것 같아요.
불꽃놀이는 좋네요...
(반짝이는 눈으로 하늘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바라봅니다.)
유즈루
(그런 모습을 바라보다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본다.)
분명 이계는 당신에게 무섭고, 낯설지도 모릅니다.
요괴들의 이빨이나 발톱을 보면 언제 잡아먹힐지 몰라 두려울 수 있겠죠.
하지만 당신이 우연히라도 이곳에 왔기 때문에,
생애 동안 잊지 못할 풍경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 갈 수 있었죠.
고개를 돌리면 유즈루 역시 넋을 잃고 불꽃놀이를 보고 있습니다.
찬란하게 빛나는 광경에 시선을 완전히 빼앗겼습니다.
혹여나 당신을 잃어버릴까, 손을 꽉 잡은 채로요.
미나토 슌
(하하하, 몇백년을 산 요괴여도 역시 이런 건 볼 때마다 좋은가보구나.)
어쩌면 여기에 온 게 그렇게 나쁘지 않은 일이었을지도 몰라요.
유즈루
그래, 나도...
여기에 온 게 너라서 다행이야.
엄청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거든. 뭐랄까... 말로 표현은 못하겠지만.
미나토 슌
저도요. 이런 거, 여기에서... 유즈루랑 함께일 때만 느낄 수 있었을 테니까요.
절 구해주고, 저를 도와준 게 유즈루라서 다행이에요.
유즈루
...축제가 끝나면 아쉬울 거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곤 잡은 손을 조금 꼼지락거린다.)
미나토 슌
아쉽지 않도록 여기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 돼요. (유즈루의 손을 힘주어 잡습니다.)
보내줘도 미련 없을 정도로!
유즈루
... ... ...자신이 없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애꿎은 발밑만 툭툭 찬다.)
널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미나토 슌
이계에서 인계로 넘어오는 건 안 되는 거예요?
으음~ 두 세계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유즈루
문이 열린다고 해도 몇백년에 한번 뿐이니까.
인계와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기도 하고, 나는 이곳에서 할 일이 있어.
미나토 슌
그렇겠죠 역시...
응, 그럼 역시 보낼 수 있을 때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좋겠어요!
축제는 아직 많이 남았잖아요?
유즈루
응... 지금은 좀 더 이렇게 있자.
미나토 슌
(잡았던 손 깍지 끼고 웃어 보입니다.)
엇, 저기! 방금 뱀 모양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하늘 가리킴...)
유즈루
그런 것도 있나?
두 사람은 아쉬움과 기대감을 품고 불꽃놀이를 바라봅니다.
밤하늘에 피어오르는 불꽃처럼, 영원하진 않아도 아름다울 거라는 사실을 압니다.
한참 그렇게 하늘을 지켜보던 그때,
[ ! ]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 ! ]
거대한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기도, 세계가 신음하는 것 같기도 한 소리.
크지 않은 소리지만, 대지의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집니다.
몇 분간 이어지는 소리는 모두에게 들리는지 모든 요괴가 웅성거립니다.
유즈루까지도 인상을 쓸 무렵,
[ ! ]
땅에 진동이 울리며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금은 벌어지며 틈을 만들고,
흙이나 모래가 떨어지던 틈은 큼직하게 아가리를 벌려 요괴들을 집어삼킵니다.
축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불꽃놀이는 중지되고, 가판대는 큰 소리를 내며 쓰러집니다.
부모로 보이는 요괴들은 어린 요괴를 안아 들고 달립니다.
크고 작은 균열에 반사적으로 유즈루는 당신을 돌아봅니다.
부서진 평화가 거짓말처럼 흩어지고, 절망이 잠식합니다.
당신이 밟은 땅 역시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굵은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유즈루
미나토, 이쪽으로.
미나토 슌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유즈루
... ...오고 있어.
뿐만이 아닙니다.
어딘가에서부터 알 수 없는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모든 것을 찢을 듯 날카로운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당신은 생전 느껴본 적도 없는 깊은 공포심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유즈루
가자. 여기 있으면 안돼.
미나토 슌
... 어디로 가려고요?
(일단 유즈루를 따라 움직입니다.)
유즈루
저것을 절대로 봐서는 안돼.
인식 당하는 순간, 끝이야.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아가, 누가 우리 아가 못 보셨나요!!“
"이봐! 비켜! 저리 가!“
"아아, 신이시여! 저희를 버리시나이까!“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아아…… 살려줘……!"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상황 속,
[ ! ]
<틴달로스의 사냥개>가 이계에 나타납니다.
흥겨운 악기 소리는 사라지고, 비명과 고함만이 가득합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두 사람 역시 거대한 틈에 먹혀버릴 텐데,
혼란스러운 인파 때문에 도망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 행운 판정
미나토, ≪행운≫ 판정
[ 미나토 슌 ]
cc<=50 행운 (1D100<=5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3 > 13 > 어려운 성공
두 사람은 다른 요괴들에게 휩쓸리지 않기 위해 산 위로 정신없이 달립니다.
뒤에서 그 어떤 소리가 들려도,
유즈루는 묵묵히 당신의 손을 놓지 않고 올라가기 쉽게 잡아당겨 줍니다.
멈추지 않고 올라가다 보면, 어느덧 반딧불이 호수입니다.
유즈루는 당신의 손을 놓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세상을 뒤흔들던 지진은 멈췄습니다.
[ ! ]
산 아래 풍경은 처참합니다.
지대가 낮은 곳은 대부분 무너지고 함몰되어 새까만 구멍이 보입니다.
영월호 역시 마찬가지로…
요괴들을 가르치던 건물은 완전히 내려앉았습니다.
문득 축제에서 본 다른 요괴들이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 ! ]
다들, 무사할까요?
미나토 슌
대체 이게 무슨...
이제 끝난 거예요?...
유즈루
... ... ...이게 시작이야.
너무 둘러보지는 마. 혹시라도, 그들의 눈에 들어서는 안 돼.
폐허 더미가 거대해, 신목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은 신목을 통해서만 인계로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돌아갈 수 있는지조차 불투명합니다.
어두운 밤하늘, 반딧불이가 소리 없이 당신과 유즈루 주변을 맴돕니다.
불꽃놀이로 그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하늘에는 여전히 달도 별도 찾을 수 없습니다.
유즈루는 얕게 입술을 깨물더니...
유즈루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내 줄게.
미나토 슌
하지만 지금 신목 쪽으로는 못 가잖아요?
다른 방법이 있는 거예요?
유즈루
...내 능력을 쓰면 지금 당장 돌려 보내줄 수 있어.
미나토 슌
... 그런 능력도 있었어요?
유즈루
... ...처음 봤을 때 거짓말 했던 건 미안해.
내가 신목의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건 비밀이니까.
미나토 슌
... 네에?!
유즈루
늦었지만... 돌아가.
그럼 넌 안전할 거야.
미나토 슌
그럼 유즈루는요?
유즈루
난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어.
학생들을 두고 갈 수도 없고.
미나토 슌
여기서 바로 돌아갈 수 있는 거예요?
유즈루
응, 할 수 있어.
이곳의 일은 이곳 사람들의 몫이니까...
미나토 슌
... ... 으으음, 그래도 이대로 혼자 돌아가는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요.
유즈루
그냥... 돌아가는 날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생각해.
어차피 넌 돌아갈 거였잖아. (주먹을 꾸욱 쥔다.)
미나토 슌
그건 맞지만-!...
이런 꼴을 본 이상 돌아가라해도 분명 신경 쓰여서 오래 못 살 걸요?
그런 걸 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을...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해결 되는 건 보고 가고 싶을 뿐이에요.
유즈루
돌아가면 또 다를지도 몰라.
이곳에서 있었던 일은 다 잊어버리고...
너도 그곳에서의 삶을 다시 보낼 수 있을 거야.
돌아가. 미나토.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미나토 슌
그렇게 말해도 전 이미 마음 정했어요. 이대로 물러나는 건 제 성미에도 안 맞는다고요.
인간이니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해도 사람 일이란 건 혹시 모르는 일의 연속인 거잖아요?!
무엇보다, 이렇게 유즈루를 보내고 싶지 않다고요.
저희의 마지막이 이런 식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즈루
네가 여기에 남아서 할 수 있는 게 뭔데!?
말했잖아. 인간은 나약하고. 쉽게 부서져.
유즈루
이건 확률에 거는 일 따위가 아니라고.
그런데 너는 어째서... 자꾸...
미나토 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건 저도 충분히 알아요!
유즈루처럼 대단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이 사태를 잠재울 힘이 없어도...
적어도... 유즈루 곁에 있을 수는 있는 거잖아요.
그 정도의 일은, 할 수 있잖아요. 저도...
방해가 된다 해도, 혼자가 아니라는 건 알려주고 싶으니까·········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한 말 기억하고 있죠? 그 약속을 지키고 싶을 뿐이에요 저는...
유즈루
왜... 왜 이제와서...
왜 지금인 거야...... (무너지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미나토 슌
손 놓지 않을 거라고 했잖아요. (유즈루에게 손을 내밉니다.)
아직 축제는 끝나지 않았어요. 남은 축제를 더 즐겨야죠, 저희.
유즈루
... ...그래, 돌아가지 않겠다는 거지...
알겠어.
유즈루는 화난 듯이, 조금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뻗어진 손을 잡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적막이 감돕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요괴들에게도 이런 재난은 위험합니다.
하물며, 인간인 당신을 보호하며 도망쳐야 하는 유즈루의 짐은 얼마나 무거울까요.
그럼에도 당신은 혼자 살겠다고 유즈루를 두고 갈 수는 없었습니다.
유즈루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집니다.
유즈루는 당신을 집으로 데려다줍니다.
처음 집을 나설 때와 달리,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한없이 가라앉은 상태입니다.
반딧불이 호수를 지나, 달맞이 꽃밭을 건너, 작은 오두막으로.
당신이 무사히 오두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유즈루는 이렇게 말합니다.
유즈루
구조 작업을 도와주고 올 테니, 먼저 들어가서 자고 있어.
이건... ... 부탁이야. 제발.
미나토 슌
(... 이런 상황에서 자라고 해도...)
(유즈루를 잠시 빤히 보더니 고개 내리고) ... 알겠어요. 조심히 다녀와요.
유즈루
절대 나오면 안 돼.
...잘 자.
유즈루는 당신이 말릴 틈도 없이 자리를 떠납니다.
늦은 밤, 작은 오두막 안에 살아 숨 쉬는 존재는 당신 뿐입니다.
분명히 즐겁고 아름다운 축제에 있었는데,
이계의 많은 요괴와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던 게 조금 전인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요?
문득 오늘 스쳐 지나간 요괴 중 몇이나 목숨을 부지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 혼자 있는 것은 분명 안전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피로해집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따뜻하고 편안한 장소였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나 서늘하고 쓸쓸한 것일까요.
완전한 늦은 밤, 당신은 피곤한 몸을 추스르며 잠에 빠져듭니다.
[ ! ]
그 날 밤, 유즈루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당신은 누군가의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을 깨운 사람은,
[ ! ]
다른 누구도 아닌 유즈루입니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충돌은 잊어버렸는지,
평소 같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유즈루
구조 작업이 잘 끝났어.
복구가 빨리 이루어져서 축제가 계속된대. 보러 가자.
미나토 슌
...
생각보다 일이 빨리... 끝났네요.
괜찮은 거예요?
유즈루
사냥개가 바로 사라져서, 인명 피해도 그렇게 크지 않아.
그래서 다들 축제를 이어가려는 모양이야.
어서 일어나. 가봐야 하니까.
미나토 슌
네에... 잘 해결됐다면 다행이네요.
조금 이상할 정도로 빠르긴 하지만,
구조 작업이 잘 끝났다니 다행이네요.
당신이 준비를 끝내면 유즈루는 당신을 이끌고 조금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어제의 처참했던 상황을 잊을 만큼, 날씨는 아주 화창하고 맑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파고 들어가는 숲은 나무가 높고 빽빽하게 자라 있어,
내리쬐는 빛이 점점 사라집니다.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3 > 63 > 실패
당신은 유즈루가 어제와는 다른 길로 걷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미나토 슌
... 항상 오던 길이 아니네요?
유즈루
평지는 무너진 곳이 많아서, 산 위로 노점상을 옮겨 진행하기로 했거든.
유즈루는 묵묵히 더 깊은 곳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마침내 도착한 곳은…
[ ! ]
아무것도 없습니다.
유즈루는 조용히 입을 엽니다.
유즈루
살아남은 요괴는 거의 없고, 있더라도 균열 안으로 추락했겠지...
밤새 몇 번이고 지진이 더 발생하고, 사냥개가 날뛰었어.
이렇게 우리의 세계는 멸망하는 걸까...
노점상은커녕 쓰레기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여긴, 그저 조금 더 으슥한 산속일 뿐입니다.
단 하나 시선을 끄는 것은 금색 새끼줄로 격리된, '거대한 나무'입니다.
경건한 마음이 들 정도로 거대한 가지를 하늘로 뻗은 채,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자라고 있는 이것은…
유즈루
축제는 이제 끝이야. 후야제를 너한테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
아, 시일 고등학교 뒷산에 있던 거대한 나무,
영월호 앞에 있던 신목과 아주 닮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계의 신목은 한 그루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걸까요?
유즈루
사실, 이계의 신목은 두 그루야.
유즈루는 새끼줄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 덤덤한 표정으로 나무의 몸통을 짚습니다.
당신의 주변으로 기이하고 불길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분명 유즈루는 어젯밤의 인명 피해가 거의 없고,
오늘은 다시 시작될 축제에 간다고 했는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이런 말을 하는 걸까요?
유즈루
두 그루를 동시에 관리할 수 없어서, 통제에 두는 건 한 그루로 두고…
나머지 한 그루의 존재는 비밀에 부쳤으니까. 다들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아, 그렇습니다.
유즈루의 집이 이렇게 외진 곳에 있었던 이유는, 또 하나의 신목을 지키기 위해서…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납득하면서, 이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어요.
혹은 계속된 거짓말에 화가 났을 수도 있겠죠.
미나토 슌
... 그래서 여기로 온 이유가 뭐예요?
유즈루
그건...
유즈루는 한발짝씩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닿았다, 라는 감각이 들었을 때 당신의 몸이 붕 뜹니다.
왜?
어째서 유즈루는 당신을 밀어버렸나요?
의문을 가질 틈도 없이, 당신은 구멍 안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그 순간 부터 다시,
[ ! ]
이계의 멸망이 시작됩니다.
흔들리는 대지 위를 딛고 선 유즈루는 당신과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습니다.
두고 가면 안 되는데,
이번에야말로 정말 위험할 텐데…
유즈루
...거짓말 뿐이라서 미안해.
건강해야 해.
그럼 안녕.
당신이 유즈루를 향해 뻗은 손은 닿지 않습니다.
그저 허공을 가르고, 빈 곳을 움켜쥐다,
맥없이 떨어져 내립니다.
[ ! ]
문득, 어젯밤에 들었던 짐승의 울음소리가 바로 앞에서 울려 퍼집니다.
유즈루는, 공포에 질리지 않은, 그저 덤덤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입니다.
마치 처음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을 둘러싼 세계는 억지로 늘린 듯 한 풍경의 연속입니다.
이대로라면 유즈루 역시 어제의 그 사람들처럼,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할 게 분명한데…
그런데도 유즈루는 당신을 배웅하듯, 떨어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마지막으로 눈에 새겨넣으려는 것처럼요.
당신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여는 유즈루입니다.
★ 듣기 판정
미나토, ≪듣기≫ 판정
[ 미나토 슌 ]
cc<=70 듣기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보통 성공
유즈루
다시 만난 것처럼 기뻤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유즈루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유즈루
슈이치 선생님을......
그건 당신의 이름은 아니었습니다.
.....
...
.
처음 이곳에 왔던 것과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감각입니다.
이전에는 당신이 무언가의 내부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억지로 틈을 내어 벌린 생살 안으로 집어 넣어진 기분입니다.
이물질을 주입 당한 신목이 당신의 귓가에 비명을 지릅니다.
눈앞에 수많은 점들이 점멸하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입니다.
★ 이성 판정
미나토, ≪이성≫ 판정
[ 미나토 슌 ]
cc<=75 이성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 > 2 > 대단한 성공
미나토, 이성 1 감소.
[ system ]
[ 미나토 슌 ] SAN : 75 → 74
검은색, 보라색, 초록색…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색상의 보이지 않는 촉수,
혹은 다리 같은 것이 당신을 감싼다고 느꼈을 때,
타의에 의해 강제로 비틀린 공간과 시간은 제 아가리를 벌려 당신에게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자,
지금의 이야기이며,
언젠가의 미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본다'라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야기의 일부가 됩니다.
첫 번째 이야기
.....
어른들 몰래 창고 문을 여는 어린아이가 보입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아이는 문득 두툼하고 먼지가 잔뜩 쌓인 책을 집어 듭니다.
'이계탐험록'이라고 또렷하게 적힌 표지를 잡고 여는 순간…
딸랑, 소리와 함께 방울 목걸이가 굴러떨어집니다.
아이는 오밀조밀 작은 손으로 방울 목걸이를 들어, 제 목에 겁니다.
대대로 물려내려 왔다거나, 중요한 물건이라는 말이 잘 이해되지 않지만,
이 방울만은 목에 걸었을 때 무척 따스한 느낌이 듭니다.
아이는 다시 책 속의 내용에 푹 빠져듭니다.
이계 탐험록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또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여행을 끝내고 와서 쓴 책이라고 했습니다.
지병이 있던 먼 선조는 여행에서 얻은 방울 목걸이 덕분에 말끔하게 건강해졌다고 합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나,
언젠가 자신의 후대가 소원을 이루어줄 것이라 믿고 이 책을 썼다는 글과 함께 책은 마무리됩니다.
한참 책에 집중하던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납니다.
딸랑, 아이가 움직이자 방울 소리가 낭랑하게 울립니다.
언뜻 보인 아이의 얼굴은, 분명히 당신도 아는 사람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어린아이는 미나토 슌, 당신이니까요.
첫 번째 이야기
어째서 잊고 있었을까요?
이계에 대한 모든 것은 당신이 어린 시절 책에서 본 이야기입니다.
또한, 유즈루가 기다리던 선생님은 당신의 혈연입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면, 새로운 풍경이 보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신목 앞을 지키고 선 작은 요괴가 있습니다.
"유즈루, 돌아가야지."
조금 더 큰 요괴가 말하면, 작은 요괴는 주먹을 꾹 쥐고 고개를 저을 뿐입니다.
"선생님을 기다려야 해요."
"많이 아파 보이셨는데, 제가 부축해드려야 한단 말이에요."
아, 작은 요괴는...
의심할 여지도 없이, 유즈루입니다.
유즈루는 눈이 내리는 날에도 굴하지 않고 신목 앞을 지킵니다.
때로는 낮잠을 자고, 때로는 신목과 대화를 하며 외로움을 달랩니다.
유즈루는 문에서 들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립니다.
혹시나 선생님이 돌아왔는데, 듣지 못했을까 봐.
그게 걱정되어서......
걱정에도 불구하고 100년,
100년,
그리고 또 100년이 흐릅니다.
두 번째 이야기
축제가 시작해,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인간이 있다면
돌려보내는 건 늘 유즈루의 몫이었지만, 선생님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분명 그 인간은 공간의 주인님께 저주받은 거야."
"기다려봤자 다시는 올 수 없는 몸이 된 게 분명하다고!"
"맞아, 인간은 나약하니까 벌써 죽어버렸을걸."
다른 요괴들이 어떻게 이야기하든, 유즈루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간절한 바람은 신념으로 자라났습니다.
선생님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올 거라 믿고,
언제나 신목을 지켜왔습니다.
그런 유즈루에게 단 한가지 두려웠던 것은,
돌아온 선생님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 그런 걱정이었습니다.
또 다시 당신이 보고 있는 세계는 무너집니다.
세 번째 이야기
이계도 인계도 아닌 무한한 어둠의 공간,
작은 유리 돔들이 나란히 늘어서있습니다.
기이한 형상의 그림자들은 유리 돔을 관리하듯 둘러싸고 있습니다.
당신은 그중 절반 가까운 유리 돔들이 엉망으로 박살 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가늠할 수 없게 거대한, 무수한 다리를 가진 그림자들이 그것을 두고 말다툼 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림자를 보고, 멀리서 목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근원적인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한 번에 제거하면 쉬운데, 왜 일을 귀찮게 처리하는 거지?"
"그러면 잔여물이 남잖아. 되도록 틀을 유지한 채 청소하는 편이 좋으니까."
"그분께서는?"
"천천히 처분하라고 하셨다."
"깨끗하게, 빨리하면 되는 일이잖아."
문득 깨닫습니다.
미호나 유즈루가 말한 대로 이계는 거대한 유리 돔 안에 있으며,
그들이 이야기하는 '처분'은 이계에 관한 것이라는 걸요.
★ 이성 판정
미나토, ≪이성≫ 판정
[ 미나토 슌 ]
cc<=74 이성 (1D100<=74)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1 > 11 > 대단한 성공
미나토, 이성 1 감소.
[ system ]
[ 미나토 슌 ] SAN : 74 → 73
수많은 필름이 재빠르게 흐르며 당신의 사고에 주입됩니다.
강제로 머릿속에 흘러들어온 이야기들에 대해 곱씹어볼 틈도 없이,
의식이 차츰차츰 아득해집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은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익숙한 공기와 지독한 침묵, 당신이 아는 곳입니다.
모든 것이 익숙한 당신의 세상,
숲과 나무로 가득 차 있지만, 이계의 산과는 확연하게 틀린 이곳은...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뒷산, 신목이라고 불리는 나무 앞입니다.
가까운 곳에 당신의 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고요하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평화롭습니다.
당신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미나토 슌
... 돌아... 온 건가?
완전한 단절과 상실감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정말 이렇게 이별이며, 이렇게 끝인 걸까요.
문을 넘어오며 본 기이한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킵니다.
어렴풋하게 지금이 매우 늦은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진 않습니다.
나무 너머로 드문드문 보이는 건물의 불빛, 창백한 달, 간간이 자동차의 경적이 들리고...
아, 이제서야 실감이 납니다.
여기는 완전한 인계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든 것이 멸망하는 세계에서,
유즈루를 남겨둔 채 귀환했습니다.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3 > 73 > 실패
미나토 슌
어째서...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0 > 90 > 실패
사냥개의 울음소리가 잔상처럼 남아, 당신을 괴롭힙니다.
조급한 마음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무너지는 이계와 유즈루가 신경 쓰이지만, 되돌아갈 그 어떤 뾰족한 방법도 생각나지 않습니다.
당신에게는 유즈루처럼 강제로 문을 여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죠.
집으로 돌아갈까요? 돌아오고 싶었던 곳이잖아요.
혹은 이곳에 계속 남아있을 생각인가요?
거대한 신목이 당신을 기다리듯 내려다보는 기분이 듭니다.
미나토 슌
... ... 이대로 보내버리다니.
그렇다 할 방법도 떠오르진 않지만... 적어도 이렇게 끝내는 건 아니야.
어쩌면 방법이 있을지도···
평소라면 무섭다고 느꼈을 학교 뒷산이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을 만큼, 유즈루의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위험에 처했던 당신을 유일하게 구해주고, 함께 웃었던 사람.
비록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대체품으로 여겨졌을지 몰라도...
아직 당신은 유즈루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요.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깜빡,
깜빡.
반딧불이 한 마리가 당신의 앞을 지나갑니다.
반딧불이는 마치 자신을 따라오라는 것처럼,
당신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돕니다.
곧 사라질 것처럼 희미한 빛을 내뿜으면서요.
미나토 슌
...!
미나토 슌
(반딧불이를 서둘러 따라갑니다.)
반딧불이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갑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반딧불이의 날개가 반쯤 찢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반딧불이는 날아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추락할 듯 위태롭게 내려앉다가도 금세 날아올라 앞으로 향합니다.
당신 역시 그런 반딧불이를 따라갑니다.
추락할 때의 여파인지, 오른쪽 발목이 욱신거린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 건강 판정
미나토, ≪건강≫ 판정
[ 미나토 슌 ]
cc<=70 건강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8 > 48 > 보통 성공
당신은 아픈 발목을 질질 끌고 무작정 쫓아갑니다.
반딧불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신없이 산을 내려오다 보면,
잔가지에 볼이 긁히고 나무뿌리에 몇 번이고 걸려 넘어질 뻔합니다.
문득 당신은 이계의 산에서는 늘 유즈루가 앞장서서 걸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유즈루는 줄곧, 당신이 걷기 쉽도록 가지를 치고, 나무뿌리를 정리하며 걸어갔던 것입니다.
지금 유즈루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밀려오는 멸망에 휩쓸려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된 건 아닐까요?
약한 생각들이 자꾸만 밀려와, 당신의 시야를 가립니다.
미나토 슌
(그렇다고 이제 와서 포기할 수 없어...)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6 > 36 > 보통 성공
그렇다 하더라도 당신은 여기에 멈춰 서서는 안 됩니다.
반딧불이는 길을 잃지 않도록 빛을 밝혀주고,
인연의 상대가 있는 곳으로 이끌어준다고 했죠.
반드시, 이 빛을 따라가야만 합니다.
그 끝에 분명히 유즈루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학교 뒷산을 완전히 내려오면, 반딧불이는 잠시 제 자리를 빙글빙글 돌다가 펜스를 넘어 교내로 향합니다.
그 빛은 수명을 다해가는지 차츰차츰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0 > 70 > 실패
학교 안으로? 대체 왜?
얼떨떨한 기분으로 주춤거리면서도 쫓아갑니다.
펜스를 넘어가려면 힘들겠네요.
★ 민첩 판정
미나토, ≪민첩≫ 판정
[ 미나토 슌 ]
cc<=70 민첩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2 > 12 > 대단한 성공
펜스 한 쪽을 딛고, 훌쩍 뛰어오릅니다.
착지하긴 조금 힘들었지만 발목에 무리가 올 정도는 아닙니다.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습니다.
3-2 교실은 5층에 있습니다.
미나토 슌
(빨리 가자... 더 늦기 전에 서둘러서... )
계단이 오늘 따라 무척 높게 느껴집니다.
아픈 발목을 끌고 올라가는 것도 당신에게는 무척 고역일 테죠.
반딧불이는 어느새 당신의 바로 앞에서 날아가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추락할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당신을 인도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교실 앞에 도착했지만, 교실 문과 창문은 마찬가지로 잠겨있습니다.
강제로 여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미나토 슌
... 좋아, 열어보자.
★ 근력 판정
미나토, ≪근력≫ 판정
[ 미나토 슌 ]
cc<=65 근력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 > 3 > 대단한 성공
자물쇠에 녹이라도 슬었던 걸까요. 힘으로 쉽게 풀립니다.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립니다.
달빛과 야경이 내리쬐는 교실,
당신의 사물함 안에 익숙한 검은 소용돌이가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여태 당신을 안내한 반딧불이는, 당신이 교실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빛을 다해 스러집니다.
처음 문이 열렸을 때와는 달리,
반짝이는 인도자조차 없는...
완전한 어둠입니다.
미나토 슌
... 어두워.
미지의 불확실성, 그 공포가 스물스물 느껴집니다.
미나토 슌
... ... 으으읏!! 두려워할 시간 없어!
(주먹 꽉 쥐고 심호흡 한 후에... 앞으로 나아갑니다.)
당신은 다시 한번 굳게 다짐 하고, 사물함 너머로 손을 밀어 넣습니다.
이런 불확실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으로 몸을 내던질 만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어지러움이 당신을 집어삼킵니다.
딸랑, 딸랑.
목에 내걸린 방울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당신은 또 다시 정신을 잃습니다.
....
...
.
눈을 떴을 때는, 완전히 낯선 곳입니다.
신목 주변에 이런 곳이 있었던가요?
거대한 짐승이 짓밟고 지나간 것처럼, 주위에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위엄있게 자리를 지키던 신목조차 반쯤 몸이 꺾여 있습니다.
폐허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선생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유즈루의 목소리입니다.
미나토 슌
...! 유즈루!
어디 있어?!
당신이 유즈루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폐허에 등을 대고 비스듬하게 기대 앉은 유즈루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런 유즈루는,
유즈루
... ... ... ...
짐승에게 뜯긴 것처럼, 왼쪽 팔이 없습니다.
★ 이성 판정
미나토, ≪이성≫ 판정
[ 미나토 슌 ]
cc<=73 이성 (1D100<=73)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4 > 54 > 보통 성공
끝도 없이 흐르는 붉은 피 속에서,
유즈루가 잠길 듯 기운 없이 늘어져 있습니다.
피로 그려진 원 안에서, 유즈루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봅니다.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응급처치도,
아니...
[ ! ]
당신이 사는 세계의 치료를 받는다고 해도 유즈루는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는 간신히 의식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밟히는 것이 누군가의 시신인지, 폐허 더미의 일부인지 알 수 없습니다.
황량하고 끔찍한 이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라곤 유즈루와 당신 뿐입니다.
시야가 흐린 듯 눈을 깜빡이던 유즈루는 당신을 보고...
그저 웃어버립니다.
유즈루
이... 바보야......
나한테 그렇게 속았으면, 그냥 미워해버리면 되잖아......
왜 돌아온 거야......?
미나토 슌
그런 식으로 보내버리면 제가 납득하고 가만히 있을 줄 알았어요?!
유즈루
난 그러길 바랐는데.
미나토 슌
유즈루한테 속았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우리가 그렇게 오래 보진 않았지만... 제가 그러지 않을 거라고 내심 생각은 했을 거 아니에요.
됐어요, 일단은... 상처부터...
유즈루
... ...알잖아. 무리라는 거.
널...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았어.
어디서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이젠 나도 모르겠네...
유즈루
네가 오지 않았으면 했어. 그런 주제에...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랐지.
어느 쪽이 진짜였을까? 네가 와주었으면 하는 마음, 다신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미나토 슌
... 어느 쪽도 가짜라고 할 수 없을 거예요.
결국 모두 저를 향한 마음이었던 것 뿐이잖아요.
그런 마음이라면 ... 어느 쪽이 진짜였다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몇백년을 살아온 요괴도, 이런 면에서는 바보네요.
유즈루
...그치? 다들 미련하다고 했으니까.
미안, 그런 표정 짓게 해서 미안해... (남은 한 손을 당신에게로 뻗는다.)
미나토 슌
(내밀어진 손 꽉 잡습니다.)
사과하지 마세요. 지금은... 살아가는 것만 생각해요···
미나토 슌
분명... 방법이 있을 테니까...
유즈루
아하...하......
미나토, 넌 정말 괜찮은 거야?
어쩌면 내가 널 슈이치 선생님의 대신으로 여겼을 지도 모르잖아...
내가 널 미나토 슈이치로 보고 있었다고 해도?
미나토 슌
함께 다니면서 유즈루는 저를 미나토 슌으로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나요?
모든 순간 전부 저를 미나토 슈이치로만 보고 있었어요?
잊지 못하는 선생님을 그리워하면서, 저를 그 존재의 대체품으로만 여기고 있었나요?
유즈루
... ... ...아, 역시 미나토들에겐 영원히 이기지 못할 것 같아.
(간신히 힘을 내어 무거운 몸뚱이를 움직이고 쓰러지듯 머리를 당신에게 기댄다.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져서 들리지 않을까봐.)
...기억해? 우리, 그 신당 앞에서 소원 빌었던 거.
내 소원이 뭐였을 것 같아?
미나토 슌
... 소원은 말하면 효력이 없어지는 거 아니었어요?
유즈루
괜찮아. 이루어졌으니까...
미나토 슌
... ... ...
유즈루
(당신의 얼굴가로 손을 올리면서도, 피가 묻을까 주저하고서는)
미나토 슌이, 미나토 슈이치가 아니기를.
기억을 잃은 것도, 전생 같은 것도 아니고......
그저 슌, 너라서......
그러면 너는 언젠가 돌아올까봐.........
미나토 슌
... 이 바보 같은 요괴.
전 단 한 번도 미나토 슈이치였던 적이 없다구요.
그런 걸 소원으로 빌다니... 정말 바보 같아.
유즈루 앞에서 나는 언제나 미나토 슌이었는데.
유즈루
그래, 알아. 내가 바보 같았지......
미나토 슌
(피식 웃고) ... 지금이라도 알았으면 됐어요.
바보 같은 유즈루를 위해 직접 찾아와준거잖아요.
유즈루가 제대로 저를 마주볼 수 있게 됐다면 그걸로 됐으니까.
유즈루
......너라서 좋았어.
내가 어느 순간 궁금해 하고 있던 건 너였으니까...
뭘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지......
당신은 품에 기대고 있는 유즈루의 목소리가 갈라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8 > 88 > 실패
당신은 기억을 다시 더듬어 봅니다.
★ 지능 판정
미나토, ≪지능≫ 판정
[ 미나토 슌 ]
cc<=55 지능/아이디어 (1D100<=5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 > 2 > 대단한 성공
유즈루는 분명 당신의 선조에게 방울을 줬고,
그로 인해 선조는 삶을 연장할 수 있었습니다.
요력이 생명력과도 이어진다면,
방울을 돌려줬을 때 유즈루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나토 슌
...! (자신의 목 주변을 더듬거리며 방울을 찾아냅니다.)
(이 방울을... 이게 맞는 방법이길. 그리 생각하며 유즈루에게 채워줍니다.)
유즈루
(힘을 쥐어짜내 그 손을 막는다.)
... ...안 돼.
그건... 이제 내 것이 아냐.
그 방울은 이제 인연의 결정체가 되었거든...
네가 신목의 문이랑 반딧불이를 보고... 이계의 말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그렇게 나를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그 방울이 있었기 때문이야.
그걸... 줘 버리면...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될 거야......
미나토 슌
... ... 이대로 유즈루가 목숨을 다 해도 다시 만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어느 운명이라도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면, 저는 유즈루를 택할 거예요.
유즈루
(고개를 작게 저으며) ...아까 말했었지?
전생...이라는 거...
지금 죽는다면... 난 언젠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날거야......
하지만 네가 방울을 잃는다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겠지...
슌... 나는, 너와......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
미나토 슌
... 그렇게 말하면 ...
하아... ... ... (복잡한 심정으로 유즈루의 품 속으로 고개를 떨굽니다.)
유즈루
미안... 내가 지독한 요괴라서. (살짝 당신의 뒷머리를 감싼다.)
미나토 슌
... 정말 다시 찾아올 거라고 약속해요. (작은 목소리로 내뱉습니다.)
헷갈리지 않고, 제대로 미나토 슌이라는 사람을 만나러 오겠다고.
유즈루
응... 슌......
나를 기다려 줘......
내가 그랬던 것처럼...
미나토 슌
평생 기다릴 거니까요... 절대로 잊지 않고...
만약 찾아오지 않는다면 족쇄처럼 영원히... 유즈루 곁에 계속 맴돌 거예요.
절 잊어버린다면 영원히 저주하며 살아갈 거고요...
미나토 슌
성불도 마음 편하게 못할 거예요...
유즈루
아하하...... 무섭네, 그거.
미나토 슌
(작게 웃으며 손가락 들어보입니다.) 무섭다면, 맹세해요.
반드시 다시 찾아와서··· 기다리고 있는 제 손을 잡아주기로···
그리고, 이제 정말, 정말로 잡은 손을 놓지 않기로···
유즈루
...그래. 알았어...... (엷은 웃음과 함께 손가락을 건다.)
...있잖아, 슌.
너무 길어지면... 잊어도 돼.
인간의 삶은 짧으니까...
그냥, 언젠가 네가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해서...
하하... 짓궂은 말은 여기까지만 할까......
미나토 슌
절-대 안 잊어버릴 거예요.
유즈루가 찾아와주는 그 날까지 단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살아갈 거니까요.
그러니까, 제가 힘들어하는 걸 보고 싶지 않으면 최대한 빨리 오는 게 좋을 거예요.
유즈루
...고마워, 사실 그 말이 정말로 듣고 싶었어.
어렴풋이 알 수 있었습니다.
유즈루는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선생님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신목 근처에 몸을 뉘었다는 것을요.
그런데도, 유즈루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슌'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오랜 인연 위로 새로운 인연이 덧쓰입니다.
붉은 끈의 인연은, 올곧고 똑바르게 당신과 유즈루를 잇습니다.
유즈루
반드시, 다시 만나러 갈게...
그땐, 내가 길을 잃지 않도록 불을 밝혀줘.
기대어 있던 유즈루의 몸은 수백 마리의 반딧불이가 되어 흩어집니다.
어느 밤의 호수에서 보았던 것보다 더욱 선명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반딧불이는 당신을 둘러싸고, 너울너울 갖가지 색을 흘리며 춤을 춥니다.
반딧불이가 내뿜는 빛은 무척이나 따스해,
꼭 유즈루가 당신의 곁에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신목이 제 무게를 가누지 못하고 점점 무너지고 있습니다.
반딧불이와 함께, 당신은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나아갑니다.
지나온 시간을 잊지 못해,
길을 잃게 되더라도.......
잊지 말고, 이 빛을 따라가자.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약속되어 있어.
분명 다음에도 만날 수 있을 거야.
당신이 유즈루를 기다리는 시간은 10년이 될 수도, 100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당신에게는 기다린다는 목적이 있어서,
평화로운 나날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을 겁니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기대에 찬 하루를 보낼 겁니다.
당신이 언젠가 가정을 이루고, 아이가 생긴다면,
방울과 함께 그 만남을 맡길 수도 있겠죠.
인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집니다.
몇백 년의 시간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찬란하게 빛나는 마음을 소중히 하며......
다시 만난다면 이렇게 인사합시다.
어서 와, 유즈루.
結末 四
반딧불이의 길은 어둡지 않았나요?
탐사자 생환, KPC 잠정적 로스트.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며 두 사람은 잠시 이별합니다.
인연이 끊어지는 일은 없기에, 반드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

'TRPG' 카테고리의 다른 글

Nameless syndrom  (0) 2026.04.04
푸르가토리움의 밤  (0) 2026.04.04
솔직하게 말할 테니까 들어줘  (0) 2026.04.04
이브의 비망록  (0) 2026.04.04
클리셰 SF 세계관의 크리쳐는 그어그어하고 울지 않는다 3  (0) 2026.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