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윤의 죽어가던 얼굴이 눈을 감아도 보입니다.
차이수:SAN Roll| 기준치: | 45/22/9 |
| 굴림: | 14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누군진 몰라도 참을성이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차이수:... ... ...이제 여기서 날 찾을 사람은 없을텐데?
잠깐... 아냐, 너무 예민해진 걸지도...
(팔을 한번 쓸어올렸다가 내린 뒤 문가로 다가갑니다.)
(잊은 물건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누구세요?
차이수:조직 사람들이 뭔가 보내기라도 한 건가... 이제 찾지 말아달라고 했는데도.
(머뭇거리다가 문고리를 돌립니다. 잠깐이라면...)
당신 얼굴 앞으로 대뜸 흰 꽃다발이 들이밀어집니다.
아무리 1년이 지났다지만, 어떻게 그 목소리를 잊나요.
어쩌면 당신은 저도 모르게 그 이름을 소리내 읊었을지도 모릅니다.
(달라진 것 하나 없이 만연한 미소. 자연스레, 제 집인 양 당신의 현관문을 밀고 들어섭니다. )
차이수:어, 어떻게 형... 아니, 당신이 이곳에... (습관처럼 교육받았던 호칭을 입에 올렸다가 주춤주춤 걸음을 뒤로 물린다.)
분명, 그날 죽었잖아? 내가... 내 손으로...
차이수의 집 안에 발을 붙이고 선 한시윤의 모습.
차이수:SAN Roll| 기준치: | 45/22/9 |
| 굴림: | 2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시윤:두 번이나 물어봤는데... 대답이 없네.
내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잖아, 이수야.
나 보고 싶었어?
그, 그럴리가... 없잖아요...
전... 무언가 잘못 됐다는걸 알았어요. 누구도 그렇게 살진 않았을 거예요. 입맛대로... 누군가의 장난감처럼...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착각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깔린다.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처럼.)
한시윤:크크... 바보 같은 얼굴 하기는. (당신의 뒷덜미에 손을 올리며 낮은 웃음을 흘립니다.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내가 잘못했던 거라고? 아니지. 아니야... ... 아, 뭐, 그런 건 됐고.
1년,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날 그리워하며 눈물을 지새우는 나날이었을까. (농조)
차이수:제, 제가 왜 당신을...! (익숙한 감각에 온몸이 굳는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떨리는 팔로 당신의 가슴팍을 밀어내는 것뿐이다.)
분명 죽었잖아요!! 내가 봤어. 이 가슴에... 경동맥에... 당신이 알려준대로......
(무의식적으로 멀어지려 발걸음을 뒤로 물린다.)
한시윤:(당신이 가슴팍을 밀어내자 옅은 신음을 내며 통증을 호소합니다.)
(이내 당신의 손을 잡아 끌고는 제 옷 아래로.)
1년 전 오늘, 당신이 새겨 넣은 흉터입니다.
한시윤은 천 아래로 맞잡은 손을 지분거립니다.
한시윤:네가 만들어 준 거잖아. 아직도 아파. (짓궂게 웃으며 당신과 눈을 마주합니다.)
죽지 않았다고...?
오늘은 내 기일이잖아.
(벽에 걸린 달력에 잠시 시선을 줍니다.)
―우리의 기일은 같은 날이 좋겠어.
지금 같은 상황만 아니었어도, 이는 다소 낭만적인 대사로 들렸을지 모릅니다.
(일순 당신의 몸을 무너트리고, 바닥에 넘어진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그 손엔 언제 구했는지, 아니. 어쩌면 올 때부터 들고 있었을지도 모를 날붙이가 쥐여져 있습니다.)
시, 싫어......
내가 뭣때문에 당신을 죽였는데...
분명 난 최선을 다해서 널 보살펴줬다고 생각했거든......
뭐가 부족했을까... 부족한 게 뭐였을까, 이수야. 응? 내가 왜 네 손에 죽어야 했을까...
(비릿한 웃음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감정을 알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차이수:(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남아있는 표정. 그 모든 게 트라우마처럼 뿌리내리고 있다. 두 손으로 칼을 든 당신의 손목을 꾸욱 잡는다. 쓸데없는 저항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난 여태껏 당신이 내게 삶을 주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냐, 아니야... 그런 건 살아있다고 할 수 없었어...
평생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의 뜻대로 살아가고... 그런 거.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거야.
나도 인간이니까......
한시윤:하, 하하! (저항하는 당신의 모습에 재밌다는 듯 웃음을 터트립니다.) 인간이라고? 이제 와서 인간 행세라니, 늦어도 너무 늦었잖아. 정말 너는 끝까지 나를 질리지 않게 해주는구나―...
너는 나와 만났던 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인간으로 살아간 적 없어. 알고 있었잖아?
나를 죽이고 혼자가 되면, 해방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어리석은 아기 양 같으니. 너는 영원히 내 손 안에서 벗어나지 못해. ... 그래, 다시 한 번 날 죽여보는 건 어때? 인간으로서. 딱 좋은 기회네.
(칼날의 방향을 돌리고, 자신의 가슴을 향합니다. 당신의 손과 칼을 겹쳐 잡고는 그 위로 조금씩 체중을 실어보입니다.)
차이수:(다시? 다시 이 가슴팍에 칼을 꽂아넣는다면 돌아갈 수 있을까? 언제로? 당신이 자신의 인생에 없었던 날로? 그런 날이 있었던가? 아니... 분명... 있었을 텐데. 당신의 시선 아래에선 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까.)
(아주 간단한 일인데... 그냥... 손은 쥐어졌으니 힘을 주면 되는 일일 뿐인데.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당신은 도대체 나한테 뭘 바라는 거야...?
뭘 바랐던 거야...?
나에게 돌아와서 이렇게, 굳이, 이런 짓을 할 필요 없잖아... 당신은 아무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았는걸...
한시윤:말했잖아. 우리 기일은 같은 날이면 좋겠다고. 내가 없으면 안 되는 너를 위한 최고의 대우라고 생각했는데, 너한텐 그게 아니었나. (계속되는 대치에 흥미가 식은 듯 올라간 입꼬리는 서서히 바닥을 향해 내려가고) 손이 떨리고 있어, 이수야. 1년 전에 그 모습은 어디로 갔어? 이래서야 나한테 상처 하나도 주지 못할 걸.
나는 네가 날 죽인 1년 동안 계속 너만 생각해왔어. 그만큼 내가 널 아낀다는 거지.
그러니까... 여기서 같이 죽자. 네 기일은 역시 내 기일과 함께여야해.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널 받아줄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으니까.
(그대로, 당신의 가슴에 칼을 가져다 댑니다.)
위치도 똑같은 편이 낭만 있고 좋지?
용서해주는거야.......?
(우습게도, 당신이 숨이 멎는 순간 느낀 감정은 죄악감이었다. 부모를 죽인 새. 나는 법을 배우지도 못한 채. 당신을 죽인다면 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느낀 건... 용서를 구하는 감정이었다.)
내가 죽으면... ... ...
그러면 내게도 다음이 있어...?
한시윤:용서? (작게 중얼거리고는 웃음을 흘려옵니다. 목숨의 끝까지 몰아 붙여져서는 나오는 소리가 고작 용서. 어이없을 정도로 순진한 당신에 대한 비웃음과 그런 당신을 보며 만족감을 느끼는 자신.)
너는 다음이 있길 바라? 내가 용서해준다면 너는 또 다시 내 곁에 맴돌 생각이야?
용서를 바란다면 스스로 움직여. (칼을 든 손을 가만히 멈춘 채, 당신의 두 손을 칼 위에 포개어 올려두고, 당신의 원래 위치를 다시 각인 시키듯 눈을 마주합니다.)
이제와서 두려울 것도 없잖아.
차이수:(분명 전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콧웃음치듯 구멍으로 남아있었다. 부재는 곧 존재의 증거. 자신도 모르게 제 귓가를 스친 손은 바르작거림과 함께 칼을 쥐었다.)
윽... 흑...... (분명히 삶의 문턱에 서있음에도 환희가 느껴졌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 용서 받음. 그 모든 게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딘가, 아주 원초적인 곳에서,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칼끝을 제 심장께에 대지만 피 대신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당연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기란 어려운 일이다. 꾸욱... 얕은 고통과 공포 사이에서 끝까지 머뭇거린다. 당신의 가르침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시윤은 위에서 아래로, 천천히 당신과 함께 칼을 눌러 내립니다.
살덩이를 찔러 가르고, 선혈이 쏟아져 내립니다.
목전의 유혈 사태는 상당히 불유쾌한 풍경입니다.
한시윤은 작년의 오늘 죽어가던 그 얼굴 그대로 당신을 보더니...
한시윤:―이래서 네가 인간이 되지 못하는 거야.
섬찟한 미소를 지은 한시윤이 피투성이 손을 뻗습니다.